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경제학
여야합의로 국회 통과시켜 놓고도
여야 합의로 2009년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정치권이 스스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은 심히 우려스럽다. 13년간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고자 난산 끝에 이루어진 현행법을 법 시행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하려는 것은 너무나 정치적이고 낭비적이다. 2009년 당시 날치기 입법도 아니고 여야 합의로 통과된 제도를 손바닥 뒤집듯 재논의하는 것은 여당이건 야당이건 자기모순을 범하는 것이며 우리 정치권의 후진성을 여실히 반영한다.
현행 제도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내용과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그간 우리 노사관계가 가진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치유하는 것임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복수노조가 허용돼도 ‘노동조합다운 노동조합’을 하는 노동단체는 걱정할 필요 없다. 역설적으로 걱정해야 하는 노동단체는 조합원의 이익을 잘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노동계에 한정된다. 노동조합의 미래와 운명을 조합원의 이해 등을 중심으로 디자인하지 않고 중앙단위 지도간부들의 이해와 정치활동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노동단체는 복수노조 허용이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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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노조다운 노조, 경영자다운 경영자들은 복수노조 허용을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러나 노조답지 않은 노조, 21세기 경영자답지 않은 경영자는 현재의 건강치 못한 상태를 고수하기 위해 노동법 재개정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복수노조법 재개정을 왜 추진하는가? 이는 노동계에 영합하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내지 착각의 결과다. 노조답지 않은 노동단체가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할까봐 두려워할 정도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정치인이라면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기 어렵다. 노조 조직률은 10%대에 불과하고 10%대 내에서도 대다수 사업장 조합원의 정서와는 배치되는 중앙 단위 노사관계의 정치적 기류를 정치권은 과장 해석해서는 안 된다. 기왕 포퓰리즘을 하려면 제대로 하길 정치권에 바란다. 현재의 모습은 국가 백년대계를 도외시하고 어설픈 포퓰리즘에 매몰된 철새식 정치 수준밖에 안 된다.
뭐가 켕겨 재개정 운운하는지…
스마트폰시대 현장의 조합원은 노동조합이 좀 더 투명하고 협력적인 서비스노조가 되었으면 하는, 합리적 노동운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앙 단위 노조가 파업에 현장 조합원을 동원하려 해도 점차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중앙 단위 노동계는 대정부 투쟁을 해야 간부들을 위한 정치적 지대가 나온다. 이런 정치행위에 편승하는 정치권과 일부 경영계의 모습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국민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우리 후손에게 희망을 주는 노사관계를 지금부터라도 세워나가자는 마음에서 필자는 이 독필(毒筆)을 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