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정치부 기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조 대표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작심한 듯 진보신당 조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 문제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일반 민주주의 정신에서 비춰볼 때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확인했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불과 열흘 전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에 합의한 두 대표의 논란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두 당의 최종 합의문은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고 돼 있다. ‘북한 체제 존중’과 ‘북한 비판 존중’이라는 상반된 내용을 어정쩡하게 붙여놨기 때문에 언제든 발생할 논란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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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와 유 대표는 20일 두 사람의 대담집 ‘미래의 진보’ 공동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유 대표는 9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해 “적어도 연대, 협력하는 정치세력 간에는 던져서는 안 될 질문의 형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민노당을 두둔했다. 지난해 9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3대 세습 어떻게 보나요. 국가의 운명을 유전자 재조합이란 생물학적 우연에 맡기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고 반대했던 것을 잊은 듯한 태도였다.
애당초 2008년 진보신당이 민노당을 뛰쳐나온 것은 이른바 ‘종북(從北)주의’ 논란 때문이었다. 이후 진보신당은 ‘북한의 핵 개발, 3대 세습 반대’를 당의 노선으로 채택했다. 그럼에도 두 정당은 결별의 원인은 제쳐놓은 채 무조건 재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유 대표는 쉽게 말을 바꾸며 민노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는 새로운 대안사회 건설’을 명분으로 한 통합 진보정당의 추진 과정에서 가치나 철학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