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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조수진]‘통합 진보정당’의 블랙코미디

입력 | 2011-06-11 03:00:00


조수진 정치부 기자

“조승수 대표가 합의 내용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에 대한 합의 내용을 진보신당 당원과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주십시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조 대표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작심한 듯 진보신당 조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 문제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일반 민주주의 정신에서 비춰볼 때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확인했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불과 열흘 전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에 합의한 두 대표의 논란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두 당의 최종 합의문은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고 돼 있다. ‘북한 체제 존중’과 ‘북한 비판 존중’이라는 상반된 내용을 어정쩡하게 붙여놨기 때문에 언제든 발생할 논란이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대표가 합의문 추인 여부를 결정하는 진보신당의 전국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진보신당 당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내용에 불을 지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진보신당보다 유시민 대표가 이끄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와 유 대표는 20일 두 사람의 대담집 ‘미래의 진보’ 공동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유 대표는 9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해 “적어도 연대, 협력하는 정치세력 간에는 던져서는 안 될 질문의 형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민노당을 두둔했다. 지난해 9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3대 세습 어떻게 보나요. 국가의 운명을 유전자 재조합이란 생물학적 우연에 맡기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고 반대했던 것을 잊은 듯한 태도였다.

애당초 2008년 진보신당이 민노당을 뛰쳐나온 것은 이른바 ‘종북(從北)주의’ 논란 때문이었다. 이후 진보신당은 ‘북한의 핵 개발, 3대 세습 반대’를 당의 노선으로 채택했다. 그럼에도 두 정당은 결별의 원인은 제쳐놓은 채 무조건 재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유 대표는 쉽게 말을 바꾸며 민노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는 새로운 대안사회 건설’을 명분으로 한 통합 진보정당의 추진 과정에서 가치나 철학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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