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교 150주년을 맞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KAIST가 역할모델로 삼는 대학이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MIT의 동문들은 2만5800개의 회사를 창업해 300만 명을 고용하고 연간 2000조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경제규모(국내총생산) 세계 11위인 러시아와 맞먹는다.
미국 대학의 경쟁력은 확고한 세계 1위다. 더 타임스의 세계 대학랭킹 10위 안에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공동 6위) 임피리얼칼리지 런던(9위) 등 영국 대학 3개를 제외한 7개 대학이 모두 미국에 있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중요한 이유가 대학들의 뛰어난 연구능력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대학들은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인도 중국 등에서 뛰어난 수재들을 받아들여 전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의 지식과 기술을 생산하고 학습한다.
미국 대학은 원자력, 레이더, 레이저, 컴퓨터, 나노 등 과학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세계를 움직이고 지배하는 컴퓨터 인터넷 등 신기술이 하버드대, MIT,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등의 대학연구실과 이와 연계한 실리콘밸리 등 산업단지에서 쏟아져 나왔다. 미국 대학들의 경쟁력은 교육과 연구역량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통해 창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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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들은 SCI 등재 논문 수가 세계 12, 13위를 기록했고 영어강의가 늘어나고 있다. 교육과 연구역량 면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학생 수는 급감하고 있는데 많은 대학이 총장직선제로 포퓰리즘의 포로가 돼 있다. 신입생 정원을 늘리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들은 잘 가르치기보다 건물 짓기 경쟁에 열심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학생들은 깊이 있는 전공 공부보다 ‘스펙’ 갖추느라 허덕인다. 미국의 1개 대학이 창출하는 엄청난 지적 자산과 국부(國富)를 보며 우리 대학들의 미래, 그리고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