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쓴 ‘판 엎고 퉤!’로 연출 데뷔하는 김지훈 씨
“작품을 쓸 때마다 이전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추구합니다.” 쓰는 작품마다 독특한 색깔을 뿜어내 온 극작가 김지훈 씨가 올가을 연출가로 변신한다. 동아일보DB
단 네 편의 작품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된 그가 이번엔 연출에 도전한다. 첫 연출작은 ‘판 엎고 퉤!’. ‘방바닥 긁는 남자’ ‘길바닥에 나앉다’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올해 9월 공연을 목표로 17일부터 연습을 시작한다.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간판 배우인 김소희 씨와 윤정섭 씨가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만난 김 씨는 첫 연출 도전에 대한 소감을 묻자 “긴장감은 전혀 없다. 머릿속에 그림이 이미 다 그려져 있다.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재미있게 작업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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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원전유서’ 이후 작품부터 연출을 권유받았지만 고사해 오다 이번 작품엔 흔쾌히 응했다고 했다. 지난해 극단을 떠난 뒤 다른 팀들과 미발표 작품을 올리려 했는데 그의 희곡을 보고 ‘난해하다’며 연출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어 ‘내 작품을 이해시키려면 내가 직접 연출을 해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하지만 그는 ‘준비된 연출가’다. 지난해 10월 남산예술센터 상주 극작가로 선정돼 극단을 떠나기 전까지 이윤택 씨에게서 배우 음향 조명 등을 직접 해보며 혹독한 연출 수업을 받았다. ‘판 엎고 퉤!’의 내용에도 그런 연극의 기초를 바닥부터 쌓은 경험이 반영됐다. 극에서 배우들과 스태프가 반쯤 만들다 방치된 무대를 다시 세우면서 연극의 기본을 얘기한다. “조명과 음향 하나하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말하자면 ‘연극의 기본’에 관한 거죠.” 그가 거침없는 시선으로 들여다볼 그 ‘기본’이 일찌감치 궁금해졌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