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한 번에 안 돼… 한걸음 한걸음 수행 필요 ―미얀마 파욱 스님수행자는 개인 못지않게 사회적 역할도 고민해야 ―한국 고우 스님
미얀마 파욱선원 조실인 파욱 스님(왼쪽)과 조계종 원로의원인 고우 스님은 10일 충남 공주시 전통불교문화원에서 깨달음과 수행법,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청중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조계종 제공
“산에 오르는 길은 서쪽에서 오르는 길과 동쪽에서 오르는 길이 있습니다. 위파사나를 서쪽의 길이라 하면 이는 좀 더 쉽고 평탄한 길입니다. 동쪽 길인 간화선은 훨씬 더 험난한 길입니다. 절벽을 점프하듯이 하는 수행법이 간화선입니다.”(고우 스님·74·조계종 원로의원)
10일 충남 공주시 전통불교문화원에서 ‘간화선(看話禪)과 위파사나의 만남과 소통 국제연찬회’가 열렸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남방 불교계를 대표하는 위파사나 수행자 파욱 스님과 조계종 원로의원인 고우 스님이 나눈 청중과의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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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화의 핵심은 깨달음을 위한 수행법과 사회적 의미 등에 맞춰졌다.
파욱 스님은 “갑작스러운 깨달음은 이 세상에 없다”며 “깨달음을 위해선 청정(淸淨)을 단속하는 것이 필요한데, 시간이 걸려도 끊임없이 마음을 챙김으로써 감각계를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우 스님은 “간화선과 위파사나는 목표에 이르는 방법만 다를 뿐 그 끝은 같으며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자가 다른 수행법인 위파사나와 간화선을 배우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까다로운 질문도 나왔다. 고우 스님은 “흔쾌히 허락하겠다”고, 파욱 스님은 “그런 제자를 아직 본 적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자살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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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와 재가자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입니다. 재가자는 음식과 집과 약을 제공하고, 비구는 재가자에게 처음과 중간, 끝이 모두 좋은 법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성스러운 삶은 서로 의존하며 사는 것이며, (그래야) 홍수를 건너고 고통을 소멸할 수 있습니다.”(파욱 스님)
연찬회에 참석한 신희정(32·여·중학교 교사) 씨는 “간화선과 위파사나가 서로 자기가 먼저라 주장하기 바빴는데 이번에 두 고승이 한자리에 모인 것에 매우 놀랐다. 차별을 넘어선 진정한 수행을 배웠다”고 말했다.
공주=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