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망쳐도 좋다, 폭발 막아라” 바닷물 끌어 냉각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취재하고 있는 본보 황태훈(오른쪽), 원대연 기자.
일본 후쿠시마(福島) 현 주민인 40대 여성 야마모토 씨는 1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연방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폭발하던 12일 오후 3시 36분 야마모토 씨는 거대한 굉음을 듣고 집을 뛰쳐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또 다른 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다. 그러나 잠시 후 원전이 폭발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눈앞이 깜깜해졌다. 대지진, 쓰나미에 이어 생각지도 못한 원전 폭발까지 이틀 동안 쉴 새 없이 계속되는 재해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챙겨 나온 게 하나도 없는데 집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한 표정이었다.
○ 후쿠시마 원전 2, 3호기도 위험
대지진의 여파로 원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제1원전 1호기가 12일 원자로의 압력과 온도를 낮추는 작업 도중 폭발한 데 이어 13일 3호기도 원자로 온도가 급상승해 폭발 위험에 처했다. 벌써 지역 주민 22명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피폭)됐고 현지 주민 21만 명이 대피했다.
그러나 하루 뒤 상황은 악화됐다. 13일 오후 3시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의 원자로 내 수위가 낮아져 연료봉 일부가 노출되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3호 원자로도 건물 외벽에 수소가 가득 차 있어 폭발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제1원전에서 12km 떨어진 제2원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원전의 원자로 3개도 압력억제실의 온도가 100도를 넘어 일정 압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원자로를 식히는 펌프가 고장 난 상태다. 이 때문에 보안원은 증기 빼내기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제1원전에 이어 이날 오전 제2원전 반경 10km 내 주민에게도 대피명령을 내려 총 21만 명이 인근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일본 원전 당국은 원자로의 온도와 압력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도쿄전력은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려고 고압증기를 밖으로 빼내는 작업과 함께 바닷물을 부어 원자로 식히기에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1호기 폭발처럼 고압증기를 외부로 빼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소가스가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 방사성 물질 누출 법적 허용기준 넘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취재하고 있는 본보 황태훈(오른쪽), 원대연 기자.
아사히신문은 방사성 물질 누출에 따른 피폭 피해자가 현재의 22명에서 앞으로 최대 190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에다노 장관은 “현 시점에서는 의복 등 외부 피폭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큰 건강상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