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연 입국… “MB가 실소유주 주장은 거짓말” 진술, 왜?“횡령 의혹 나와는 무관”… 국내외 소송 마무리 노린 듯
그로부터 3년 3개월 후인 지난달 25일 김 씨가 돌연 입국했다. 그는 26, 27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동열)에 출석해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던 그간의 주장이 거짓말이었다고 털어놨다.
○ 에리카 김의 과거사 매듭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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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2007년 당시 김 씨 남매는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해 벌어들인 돈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5200여 명의 투자자에게 380억 원의 손해를 끼쳐 중형을 피하기 힘들었던 김 씨로서는 자신의 혐의를 벗으려면 이명박 후보에게 화살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유력 대선 후보를 물고 늘어지며 사기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채색하려한 김 씨의 시도는 대선 과정에서 성공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황은 바뀌었다. 그 사이 대법원이 동생 김경준 씨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의혹은 뒤집을 수 없는 사실로 굳어졌다. 공범으로 지목된 김 씨에게는 ‘BBK는 이명박 대통령 소유’라는 주장을 번복하고 선처를 바라는 것이 최선의 선택카드가 된 것.
김 씨가 BBK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법정 형량이 무거운 주가조작, 횡령 혐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부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재판이 끝나 더는 ‘잃을 것이 없는’ 동생 김경준 씨가 이미 책임을 떠안은 만큼 김 씨로서는 활로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 씨가 재기를 하기 위해서는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민형사 사건을 마무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지난해 2월 사망)가 대주주였던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다스는 미국 법원에 김 씨 남매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김 씨의 이번 귀국도 유리한 검찰 수사 결과를 받아내 민사소송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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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카 김, 왜 하필 지금 입국했나
하지만 김 씨의 입국이 ‘그림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2009년 3월 출국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귀국과 하루 차이로 이어지자 권력층의 ‘보이지 않는 손’이 둘의 입국 시기를 조율한 것 아니냐는 기획입국설도 나돌고 있다. 한 전 청장이 2007년 대선 직전 대구지방국세청의 포스코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서울 도곡동 땅은 이명박 후보 소유’라는 내용의 문건을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전에는 그렇게 귀국을 종용해도 들어오지 않던 사람들이 요즘은 잘도 들어온다”며 “정권의 마무리 작업으로 어차피 터질 것을 막아보려는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 씨가 굳이 형사처벌 위험을 무릅쓰고 입국한 것은 현 정부 임기 내 부담스러운 사건을 털어내자는 모종의 교감이 있었다는 추측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두 사람 모두 자진 귀국했다는 것. 특히 김 씨는 미국 현지에서 거액의 금융대출을 받으려고 소득을 부풀렸다가 2008년 2월 미국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3년의 보호관찰 기간이 이달로 끝나면서 귀국이 가능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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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