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영화로… 만화로… 끊임 없는 이미지 변신 통해 재탄생
셜록 홈스 시리즈 초간본에 실린 홈스의 초상화.(왼쪽), BBC ‘셜록’은 19세기 배경의 셜록 홈스 시리즈를 21세기로 옮겨왔다.정장을 차려입은 홈스(베네딕트 컴버배치·왼쪽)와 왓슨(마틴 프리먼).(오른쪽)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 시즌2 빨리 방송해 주세요.”
아이돌 스타들처럼 팬들의 시끌벅적한 환호를 누리는 남자가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소설과 만화 등 장르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끊임없는 이미지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는 스타다. 1887년 태어나 100년이 훌쩍 지난 2011년에도 여전히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이 스타는 ‘셜록 홈스’다.
○ 21세기에 새롭게 태어난 100년 전 명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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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제작해 올 하반기에 방송할 예정이다. 국내 팬들은 “빨리 시즌2를 보여달라. 보고 싶어 현기증이 난다” “가을까지 어떻게 기다리느냐”며 방영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국내에서 ‘셜록’을 언급한 트윗만 5000개가 넘는다.
셜록 홈스의 활약을 다룬 소설도 새로 나온다. 영국의 아서 코넌 도일 재단은 최근 셜록 홈스의 새 시리즈를 9월 출간한다고 밝혔다. 10대 스파이를 다룬 소설 ‘알렉스 라이더’의 작가 앤서니 호로비츠가 집필자로 선정돼 원작의 배경을 그대로 가져와 새로운 에피소드를 쓰고 있다.
국내의 경우 셜록 홈스 완역판이 2002년 출간된 후 지금까지 약 150만 부가 팔려나갔다. 만화가 권교정 씨는 셜록 홈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셜록’을 만화 잡지 ‘파티’에 연재해 지난달 말 1권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영화 ‘셜록 홈즈’는 2009년 12월 개봉했으며 올 12월 2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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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문장 하나하나가 오로지 홈스의 활약상을 그리는 데 바쳐져야 한다.”
원작에서 홈스의 파트너로 소설의 화자를 맡은 왓슨이 홈스에 대해 불평한 대목이다. 자아도취가 강한 홈스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사다. 홈스는 냉철하면서도 인간적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감정을 배제한 채 연역법에 기대 냉정한 추리를 펼치지만 코카인과 모르핀에 탐닉하기도 한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인 황금가지의 김준혁 편집장은 “셜록 홈스는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의 원조 격”이라며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장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넌 도일의 원작 외에 다른 작가가 쓴 셜록 홈스 외전들도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박광규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은 “홈스 이전에도 명탐정은 있었지만 명석한 두뇌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았다. 홈스는 피가 도는 인간미를 지닌 명탐정으로 캐릭터가 워낙 확실히 구축돼 있어 시대나 공간이 바뀌더라도 특유의 재미를 잃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 과학적 확실성에 대한 향수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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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신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과학적 확실성에 강한 향수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원작 소설이 나왔을 때나 지금이나 논리적 추리를 선보이는 홈스가 인기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