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式수사 탈피”… 檢에 반성의 칼 겨누다
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2층 대강당. 검사와 수사관 190여 명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한 지검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손수 쓴 취임사를 펼쳤다. 그는 “지금 우리 검찰이 위기에 처해 있고 서울중앙지검은 그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 지검장은 “사람들이 검찰이 무능해진 것 아니냐, 검찰을 믿을 수 있냐, 검찰이 청렴하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 분개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검찰의 혼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를 인용하면서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모두 온몸을 바쳐 분투하자. 나부터 백의종군의 자세로 매진하겠다”며 비장한 어조로 말할 때에는 장내가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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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검장은 최근 단행된 고검장급 전보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돼 차기 검찰총장 경쟁구도에서 유리한 입지에 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탓에 검찰 내에선 한 지검장이 ‘기존 수사관행의 과감한 개선’을 강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 지검장은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들에게 설 연휴 직후 주말인 5, 6일 주요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겠다며 전원 출근을 지시하는 등 내부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또 현재의 수사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별도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우선 피의자 조사를 수사관에게 맡기지 않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대로 검사가 반드시 직접 조사하도록 하고 능력이 뛰어난 수사관들을 예비군 체제로 운영해 대형 사건 수사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