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內 경원당-한성대 옆 총무당 등 조선 한옥대학측 “건물 신축-증축에 방해”… 이전 요청
구한말 한옥 양식의 변모를 보여주는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교정 내 도정궁 경원당. 건국대 측은 건물 신축에 걸림돌이 된다며 경원당의 이전을 요청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옮겨 달라” 대 “자리 없다”
건국대는 10일 서울시에 ‘건국대 보유 지정 문화재 이전 요청서’를 서울시에 보냈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 교정에 있는 구한말 한옥 도정궁 경원당(都正宮 慶原堂·시 민속자료 9호)을 대학 밖으로 이전해 달라는 것.
문제는 이 한옥과 인접한 공학관. 대학 측은 공학관 일부 건물이 지은 지 오래돼 균열이 생겼고 구조진단 결과 C, D등급으로 판정돼 안전하지 않다며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공학관 중에는 경원당과의 거리가 50m에 못 미치는 건물도 있어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라 신축이나 리모델링이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대학 측은 경원당과 인접한 중장비 실험동 증축 안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공학관 신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자 경원당을 기증하는 조건으로 남산골 한옥마을 등으로 옮겨 달라고 지난해 10월 서울시에 요청했다. 건국대는 “도정궁 경원당을 1999년까지 서예 연습실, 여학생 생활관, 강의실 등으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쓰지 않고 있으며 시민들이 탐방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고 유지와 관리도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시는 이전할 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불가능하다고 답했지만 대학 측은 시에 재차 이전 요청서를 보냈다.
○ 일제가 강제 이전시켜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성대와 서울성곽 사이에 있는 삼군부 총무당(三軍府 總武堂·시 유형문화재 37호)은 한성대 측의 고민거리다. 삼군부 총무당은 조선시대 군무를 총괄하던 삼군부 관아의 본전(本殿). 원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자리에 있었는데 1930년 일제가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시 관계자는 “프랑스 등 선진국은 문화재 주변에 역사적인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한국보다 더한 규제를 두고 있는데 일각에서 아직도 문화재를 애물단지 취급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