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흘러 대표팀 사령탑으로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유 감독의 곁에는 역시 산드린이 있다. 이름은 달라졌다. 모국인 한국 국적을 취득해 이승준으로 개명한 그는 귀화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제 규정에 따라 귀화 선수는 1명밖에 뛸 수 없다. 당초 선택권을 쥔 유 감독은 포워드 이승준과 가드 전태풍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이승준에 대한 달갑지 않은 기억 속에 뛰어난 기량을 지닌 전태풍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유 감독은 206cm의 큰 키에 한층 성실해진 이승준을 낙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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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시아경기 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 요르단, 북한을 대파하며 3연승을 달렸다. 한국 대표로 처음 국제무대에 나선 이승준은 초반 3경기에 평균 18분만 뛰고도 19득점, 7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유재학 감독은 21일 중국과의 4차전에서는 전력 노출을 꺼려 이승준의 활용 폭을 의식적으로 줄였다. 유 감독은 “몸이 너무 좋다. 중요한 경기에 대비해 노출되지 않도록 아꼈다”고 말했다. 이승준은 “금메달을 따러 왔다. 감독님의 배려에 큰 힘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악연에서 새 인연을 키워가고 있는 유 감독과 이승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