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잠이 오지 않아 한두 잔 마시기 시작했어요. 일에 대한 스트레스, 결혼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이었죠. 하지만 점점 마시는 양이 늘어 이제는 혼자서 소주 4병을 마시곤 해요.”(김 씨)
김 씨는 어느 순간 술을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만취해 잠이 들었다가 회사에 지각하는 일이 잦았다. 김 씨는 주말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자신을 보면서 알코올의존증을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알코올의존증으로 병원을 찾는 싱글 여성이 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음주 빈도가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 하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차원으로 술을 마시는 여성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주류연구원이 전국 19∼59세 남녀 22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응답자의 17%가 ‘술로 스트레스를 해결한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괴로움을 잊기 위해 혼자서 술을 마시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혼자 술을 마시면 여럿이 대화를 나누며 마실 때보다 술을 더 빨리 마시게 된다. 마시는 양도 늘어 과음, 폭음을 하기도 쉽다. 이것이 반복되면 술에 대한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된다. 정서불안, 죄책감, 불면증,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도 나타난다. 결국 이를 해소하기 위해 또 술을 마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혼자 술을 마시기 때문에 주위에서 음주 사실을 쉽게 눈치 채지 못한다. 그래서 알코올의존증이 심각하게 진행될 때까지 방치될 가능성도 높다.
양재진 여성알코올중독치료전문 W진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