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에트 비노슈 등 막춤 사연은…
“오늘은 배우로서 온 게 아니라 위원장님과 춤을 추러 왔습니다.” 12일 밤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파티에서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왼쪽)와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리듬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한국독립영화협회의 감사패를 받아 든 김 위원장이 무대 뒤에 서 있던 비노슈에게 인사를 건넸다. 비노슈는 “더없이 행복한 자리다. 나는 오늘 여기 배우로 온 게 아니라 댄서로 왔다. 김 위원장에게 춤을 한 곡 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정 무렵 김 위원장이 사비로 마련한 해운대 한 식당의 ‘쫑파티’ 분위기는 그렇게 흥겹지만은 못했다. 임권택 김태용 이재용 감독, 대만 배우 양구이메이(楊貴媚) 등이 합류한 이 자리에서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떠난 뒤의 부산영화제에 대한 저마다의 걱정을 이야기했다.
프리모 위원장은 “훗날 나도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 속에서 자리를 물러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슬프고 서운한 느낌을 누르기 힘들다”며 “부산을 찾는 이유의 절반은 김 위원장과의 우정 때문이었다. 내일 밤 사석에서는 어느 때보다 많은 술을 마실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격려의 악수를 나눈 임권택 감독은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던 외국 손님들에게 무엇보다 슬픈 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간 뒤 새벽녘까지 몇몇 이와 소주잔을 기울이던 후임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은 “막막하고 서운하다”며 연방 한숨을 지었다. 비노슈와 프리모 위원장 등 명망 높은 세계 영화인들을 부산으로 이끈 데에 김 위원장 한 사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이 새삼 무겁게 느껴지는 듯했다.
30분을 넘긴 춤사위가 끝났을 때 김 위원장을 포옹하고 볼에 입을 맞춘 비노슈의 두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홍효숙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등 몇몇 사람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흥겨운 춤사위가 문득문득 슬픈 몸부림처럼 보였던 까닭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쥘리에트 비노슈의 ‘광란 막춤’(1)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쥘리에트 비노슈의 ‘광란 막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