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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계적인 CEO가 나올 수 있는 조건

입력 | 2010-10-12 03:00:00


‘현대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던 미국의 피터 드러커는 한국을 ‘기업가정신의 최고 실천 국가’로 꼽았다. 강한 성취동기, 무모할 정도의 도전정신,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기업의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킨 데 대한 찬사였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1970년대 고점(高點)을 기록한 뒤 점차 위축됐다. 2000년대에는 성장 동력 상실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와 딜로이트 컨설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신흥국 등 32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기업가정신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지난해 16위에 그쳤다. 2000년 11위에 턱걸이 한 후 순위가 계속 하락했다. 신규 창업 기업의 경쟁력은 28위로 바닥권이었다. 지난 2년간 한국은행 대한상공회의소 삼성경제연구소 벤처산업협회 조사에서도 기업가정신의 추락이 예외 없이 드러났다. 창업 설비투자 연구개발(R&D)투자의 위축이 이를 증명한다. 기업인들은 축소지향증, 성장기피증을 반성해야 하지만 여전한 정부규제와 노사갈등, 반기업 정서 등 사회적 환경에도 책임이 있다.

기업가정신을 살리려면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벤처 캐피털처럼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효율적인 금융시장이 존재하고,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미국은 이런 필요요건은 물론이고 효율적인 정부까지 갖췄다. 유럽연합(EU)이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2000년 채택한 전략은 ‘기업가정신의 배양’이었다. 이 전략에 맞춰 덴마크는 창업융자 제도를 도입하고 기업가정신 교육훈련을 확대했다. 기업의 행정부담을 25% 줄이고 모든 신고가 상업·회사청 한곳에서 이뤄지도록 규제를 혁파했다.

정부는 최근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대책을 쏟아냈지만 직접 지원이나 보호막 제공은 21세기 정부의 역할에 맞지 않는다. 한국은 생산성 높이기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혁신과 창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초중고교 학생에 대한 경제교육을 강화하고 점차 사회 전체가 기업가정신의 교육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기업과 세계적인 최고경영자(CEO)가 더 많이 나올 수 있고 민생경제도 밝아진다.

기업가정신은 환경변화를 예측하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을 추진하는 힘이다. 미국의 ‘기업가 신조’에는 ‘유토피아의 생기 없는 고요함이 아니라 성취의 전율을 원한다’는 항목이 있다. 이번 주 ‘기업가정신 주간(週間)’을 맞은 한국에 꼭 필요한 신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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