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던 미국의 피터 드러커는 한국을 ‘기업가정신의 최고 실천 국가’로 꼽았다. 강한 성취동기, 무모할 정도의 도전정신,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기업의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킨 데 대한 찬사였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1970년대 고점(高點)을 기록한 뒤 점차 위축됐다. 2000년대에는 성장 동력 상실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와 딜로이트 컨설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신흥국 등 32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기업가정신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지난해 16위에 그쳤다. 2000년 11위에 턱걸이 한 후 순위가 계속 하락했다. 신규 창업 기업의 경쟁력은 28위로 바닥권이었다. 지난 2년간 한국은행 대한상공회의소 삼성경제연구소 벤처산업협회 조사에서도 기업가정신의 추락이 예외 없이 드러났다. 창업 설비투자 연구개발(R&D)투자의 위축이 이를 증명한다. 기업인들은 축소지향증, 성장기피증을 반성해야 하지만 여전한 정부규제와 노사갈등, 반기업 정서 등 사회적 환경에도 책임이 있다.
기업가정신을 살리려면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벤처 캐피털처럼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효율적인 금융시장이 존재하고,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미국은 이런 필요요건은 물론이고 효율적인 정부까지 갖췄다. 유럽연합(EU)이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2000년 채택한 전략은 ‘기업가정신의 배양’이었다. 이 전략에 맞춰 덴마크는 창업융자 제도를 도입하고 기업가정신 교육훈련을 확대했다. 기업의 행정부담을 25% 줄이고 모든 신고가 상업·회사청 한곳에서 이뤄지도록 규제를 혁파했다.
광고 로드중
기업가정신은 환경변화를 예측하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을 추진하는 힘이다. 미국의 ‘기업가 신조’에는 ‘유토피아의 생기 없는 고요함이 아니라 성취의 전율을 원한다’는 항목이 있다. 이번 주 ‘기업가정신 주간(週間)’을 맞은 한국에 꼭 필요한 신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