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 가족이 정 검사를 은인으로 여기는 것은 작은 배려 때문. 15년 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 김 씨는 올 8월 8일 오후 2시경 전남 여수시 신기동에서 동네 선배 B 씨(51)를 만났다. 두 사람은 ‘하는 일마다 안된다’고 낙담하며 술을 마셨다. 그로부터 10시간 뒤인 9일 오전 1시경 거리에서 B 씨와 말다툼을 하다 몸을 밀쳤다. 순간 B 씨는 다리가 꼬여 넘어지며 머리를 다쳤다. 김 씨는 B 씨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3일 만에 숨졌고 덜컥 겁이 난 김 씨는 서울로 달아났다.
김 씨는 지난달 6일 전남 여수경찰서에 자수해 같은 달 13일 구속됐다. 김 씨 가족은 B 씨 가족들을 만나 “정말 죽을죄를 지었다”며 사죄했다. B 씨 가족들은 진심어린 사죄에 합의를 해줬다. 김 씨는 자수 직전 단둘이 살고 있는 딸에게 “외국으로 가 한동안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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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검사는 형편이 어려운 김 씨 가족이 변호사비 1000만 원과 벌금 500여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을 알고 “기초수급자는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며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를 소개시켜 줬다. 김 씨는 지난달 18일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