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 전성시대를 이끌 황금세대의 출현.'
한국 '태극 소녀'들의 20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 우승은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 쾌거에 이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기본기와 실력을 다진 여자 축구 '황금세대'의 본격적인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U-17 여자 대표팀은 26일 트리니다드 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에서 끝난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우승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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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창단된 대학팀 선수를 주축으로 최초의 여자 축구대표팀이 꾸려졌고 그해 9월 동대문운동장에서 일본과 처음 국제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국제경기 데뷔전에서 13골이나 내주고 1골을 겨우 성공시키는 굴욕을 맛봤고 사흘 뒤 치른 일본과 두 번째 친선전에서도 0-5패를 당하면서 엄청난 실력 차를 실감해야 했다.
초창기 한국 여자축구 선수들이 대부분 하키, 육상, 핸드볼 등에서 활약하다 새로운 종목인 축구로 전향한 경우이다 보니 부족한 기본기 때문에 기술적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1990년대 내내 일본과 중국에 밀려 아시아에서도 기를 펴지 못했던 한국여자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을 전후로 한 단계 도약의 기회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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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초등학교에 여자 축구부가 생기기 시작했고 대한축구협회도 2002년 월드컵 잉여금을 투자해 2003년부터 연령별 대표를 선발하고 여자축구 전임강사를 투입하면서 본격적인 조련을 시작했다.
이 같은 지원 속에서 유소년 시절부터 패스와 킥 등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져온 선수들이 바로 지소연(19·한양여대), 이현영(19), 김나래(20·이상 여주대)와 여민지(17·함안대산고), 김아름(17·포항여전자고), 이금민(16·현대정과고) 등 U-20, U-17 대표팀의 주축들이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신체 밸런스를 축구에 맞춰가며 나이대에 맞는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아온 덕에 볼 터치부터 선배들과는 다르다는 평을 받아왔다.
어린 시절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직접 체험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온 점도 다른 종목에서 `방황'을 거치며 황무지를 개척해온 1세대 선배들과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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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지원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최근 1~2년간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U-20 대표팀 '언니'들이 먼저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1회 U-17 여자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오르며 한국 여자 축구의 상승세를 예고하더니 지난달 U-20 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 최초로 FIFA 대회 3위에 올랐다.
이 뒤를 잇는 U-17 대표팀은 한 술 더 떠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선수권대회에서 일본, 북한 등을 꺾고 아시아 무대를 평정하더니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승컵을 거머쥐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어릴 때부터 집중 투자를 통해 `순수 축구인'으로 길러진 이들 황금 세대가 한국 여자 축구를 변방에서 20년만에 세계 정상으로 올려 놓은 것이다.
월드컵 무대를 통해 국제 무대 경험까지 쌓은 이들은 다가올 2015년 여자 월드컵에서 선전도 기대하게 한다.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에는 아쉽게 출전하지 못하지만 5년 뒤 20대 중반이 되는 현 U-20 대표들과 한창 기량에 물이 오르기 시작할 U-17 월드컵 우승 멤버들이 뭉치면 성인 무대에서도 충분히 정상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