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교차관은 21일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는 국가 지도부를 위해 내부용으로 작성된 비밀문서”라며 남북한 어느 쪽에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을 파견하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천안함 침몰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6자회담의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보로다브킨 차관은 “지금은 천안함 사고의 원인을 따질 때가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기”라면서 6자회담을 거론했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 인정 및 사과와 책임자 처벌은 생략하자는 얘기다. 얼핏 남북한 양쪽에 중립적 자세를 취하는 듯하지만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해군 소속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6월 초 1주일 동안 한국에 파견해 침몰 원인 조사를 벌였다. 5월 20일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 직후였다. 러시아는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한 확실한 증거를 러시아는 갖고 있지 않다”며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한국에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당시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규명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와서 “원인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둘러대는 것은 한국 정부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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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46명을 희생시킨 군사적 도발을 무조건 덮자는 러시아의 주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만약 러시아가 제3국으로부터 그런 공격을 당했다 해도 덮고 넘어갈 것인가. 조사결과를 4개월이나 질질 끌면서 공개하지 않는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