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 펴낸 황영애 교수
황영애 교수
45년. 최근 ‘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더숲)를 펴낸 황영애 상명대 교수(63·사진)가 화학을 공부해 온 시간이다. 정년을 앞두고 평생을 함께해 온 화학에서 얻은 깨달음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강단에 서기 전까지는 오직 지식으로만 화학을 접했다는 황 교수는 “강의는 지식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학생들에게 알리기 전에 나부터 화학을 이해하고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을 통해 오존, 중성자, 플라스마 등 화학 개념 19개가 새롭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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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필한 지난 1년을 황 교수는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추억한다. 촉매란 개념을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골똘히 궁리하던 중에 우연히 영화 ‘블랙’을 봤다. 장애로 시각과 청각을 잃은 자신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줬던 사하이 선생님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자 역할을 바꿔 선생님을 돕는 미셸의 캐릭터에서 자신의 한 부분을 잃어 반응을 완성시킨 뒤 자신도 회복되는 촉매의 성질을 이끌어냈다. 황 교수는 “그간 막연하게 촉매는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만 생각했는데 결국 책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화학을 전공한 학자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았다. 화학 개념을 설명할 때 그 분야에 대한 기초설명부터 연구 과정, 쓰임새 등을 꼼꼼하게 적었다.
“화학이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인체의 순환부터 네온사인과 그림에 쓰이는 물감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화학과 연관되지 않은 게 없는데 어렵다고 외면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황 교수는 화학을 중성자에 비유했다. 양성자를 연결해 원자핵을 구성하는 역할을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평가절하되는 중성자와 흡사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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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과 화학은 닮은 점이 참 많아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자체가 철학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