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관광객 피살’ 마찰 계속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9일 TV에서 홍콩 행정수반 도널드 창 행정장관에게서 받은 편지를 두고 “무례한(insulting)”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달 2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생한 홍콩 관광객 인질 피살사건과 관련해 홍콩과 필리핀의 불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3개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정부의 공식적인 편지에 답변하지 않기로 했다”며 “내 생각에는 그것은 무례하다”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다궁(大公)보 등 홍콩 언론이 10일 전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나는 중국 정부를 통해 나에게 그런 편지를 보내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며 “어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홍콩은 외교권이 없는 것을 상기시키는 한편 편지의 어조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키노 대통령은 발신인이 창 행정장관이라고 꼭 집어 말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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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질극으로 홍콩 관광객 8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홍콩 정부는 필리핀 경찰당국이 어설프게 구출작전을 펼치다 희생자가 늘었고 사후 처리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고 불만을 터뜨려왔다. 특히 아키노 대통령이 사건현장과 기자회견에서 두 차례 웃는 얼굴을 보이자 홍콩 시민이 격분하기도 했다. 당시 아키노 대통령은 “나는 기쁠 때나 어처구니없을 때 웃는 버릇이 있다”며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편 사고 조사를 진행 중인 필리핀 정부는 “진압 경찰이 발사한 총에 일부 홍콩 여행객이 총상을 입었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