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내용이 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편안이다. 핵심은 고용창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투자를 고용과 연결시킨 변형된 투자세액공제제도를 등장시켰다. 이 제도는 개편안의 제일 앞자리에 내세울 만큼 정부가 자신 있어 하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특정한 투자에 따른 고용인지를 판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제도가 암시하는 경제의 방향이다. 이 제도는 분명하게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우대하고 그러한 방향으로의 투자를 장려하는 효과가 있다.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일하는 사람의 생산성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거꾸로 가는 방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투자를 고용과 연결해서 지원하므로 고용창출에 더 기여할 수 있지만 설비투자는 훨씬 적게 하는 서비스업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 밖에서만 적용하는 내용도 고용창출효과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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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장 지원에서는 연구개발(R&D) 지원을 내세우지만 이제는 R&D 지원의 효율성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다만 R&D의 경우 서민 지원과는 달리 예산에서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조세유인을 통해서 지원하는 방안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성장 항목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다자녀추가공제 확대라고 본다. 금년의 세제개편안에서 그래도 중장기적, 전략적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다. 물론 공제 확대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저출산의 문제는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전략적 주제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재정건전성의 문제는 당장의 현안이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해진다. 이를 비과세 감면의 축소와 세원탈루 방지라는 수단으로 대응하는 의도는 그야말로 임기응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요컨대, 금년의 세제개편안이 다루는 항목 수는 많지만 정작 중요한 이슈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해마다 대폭적인 세제개편을 할 필요는 없다. 많은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그러나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고 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세제개혁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지난 정권에서 넘어온 부동산 관련 세제를 정상화하는 숙제는 더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누구나 이야기하고 있는 고령화와 통일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조세와 재정의 근본적 개혁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무르익어 있다고 본다.
곽태원 서강대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