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막말 재판에 법원마다 골치
판사들의 잦은 막말에 법원마다 비상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법정언행연구소위원회’를 구성해 ‘말을 막지 말자’ ‘경어를 쓰자’는 등 ‘바른 생활’ 교과서에 나올 법한 지침을 마련했다. 서울가정법원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설문조사와 대화법 특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방청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내는 곳도 있다.
소송 당사자들은 판사가 혹시 상대방에게 기울지는 않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판사에게 핀잔을 들으면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친절하게 대해주면 유리할 것 같다고 짐작하는 게 당사자들의 약한 심리다.
그래서 노련한 판사는 형사 피고인에게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거나 용서해주고 싶을 때는 법정에서 따끔한 훈계를 하기도 한다. 큰 재산이 걸린 민사재판에서는 판사들이 말씨와 처신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자칫하면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판사가 가급적 말을 아끼는 게 일반적이다.
말씨는 재판 과정의 공정성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재판 결과인 판결의 신뢰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대다수 판사의 명예와 사법부 전체의 권위가 걸려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당사자들은 판사의 현명한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이기고 보려는 심리가 작동하게 된다. 판사에 대한 로비와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에 기대하는 법조비리는 그렇게 탄생한다.
司法불신의 씨앗은 판사들이 뿌린 것
판사는 법률지식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법률기술자가 아니다. 법률지식은 재판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 같은 것에 불과하다. 재판은 전(全)인격적인 작업이다. 인격이 결여된 재판은 당사자의 승복을 받기 어렵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올해 초 발표한 ‘우수법관 15명’에 든 판사는 공정성과 품위·친절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들이다.
사법시험 합격과 사법연수원 수료만으로 온전한 판관(判官)의 자격이 주어졌다고 보면 곤란하다. 법과대학과 사법연수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등 법학교육 과정이 법조인의 인격과 품격을 다듬어 주는 대장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