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도 변화에 걸맞게 닫힌 산업계를 넘어 열린 기업생태계로 재정렬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의 양극화 갈등이 지속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KT 이석채 회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닫힌 상생 대신 열린 공동성장이 필요하다고 한 역설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의 닫힌 상생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앞으로는 중기벤처와 동반 성장하며,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앱 콘텐츠 사업 기회를 제공해 협력사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약속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상생정책의 방향은 생산 중심의 상생에서 개발 중심의 상생으로, 닫힌 생태계 중심에서 열린 생태계 중심으로의 변신에 늦은 감이 있다. 이미 앱 시장에서 수많은 모바일 벤처가 양산 기회를 놓쳤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상생협력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한국의 생태계가 창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에너지를 확장시키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배경과 과제를 정리해 보자.
둘째, 개발강국의 상생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로는 열린 플랫폼 모델에 기초하여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해야 한다. 애플은 새로운 종을 개방하여 다양한 종을 불러들이는 개방 생태계를 창조한다. 한국에서는 닫힌 플랫폼이 많았다. 그 결과 한국은 공급사슬 경쟁력은 있는데 플랫폼 개방 경쟁력이 약해서 콘텐츠 시장의 개발이 늦었다. 플랫폼이 열려 있어야 융합이나 통합을 통한 혁신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틈새시장 창조(niche creation)의 기회가 생긴다. 열린 플랫폼 개방을 통해 앞으로 애플의 콘텐츠 장터인 앱 스토어에서 국내 중소벤처기업이나 1인 창업기업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셋째, 경영자 유형에는 3가지가 있다. 방향관리자로서 리더, 효율성 관리자로서 자원배분 경영자, 사회관찰자이자 기업생태학자 수준의 설계자이다. 우리나라에는 세 번째 유형의 경영자가 부족하다. 기업생태계의 설계자가 필요하다. 씨앗을 일찍이 뿌린 적이 있었던가? 준비된 자만이 계절을 만나서 변신을 이룰 수 있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도 바로 그것이다.
생태학에 중간교란가설이 있다. 산불 가뭄 태풍같이 중간 정도의 교란이 있을수록 이런 교란이 전혀 없거나 너무 자주 있는 생태계보다 건강하다고 한다. 대한민국 기업생태계가 생산에서 개발로, 닫힌 정원에서 열린 정원으로 변신하길 기대해 본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에 희망이 생긴다.
김기찬 가톨릭대 기획처장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