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의 리포터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화산이 폭발하고 땅이 갈라지고 초대형 해일이 덮치는 등 지구상에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천재지변이 발생한다. 자연재해 앞에 나약한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노라면 애석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정말 자연재해 앞에서 당해야만 할까.
자연재해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렵다.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예측하고 준비하고 대응한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재해와 재난이 일어난 뒤 어떻게 효과적으로 복구하느냐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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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재난은 천재(天災)보다 더 큰 인재(人災)이다. 사이버 공격은 이제 무엇보다 두려운 재난이다. 디도스 같은 형태의 사이버 공격은 한 국가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전기 수도 교통관제 등 기간 전산망 시설을 비롯해 국방시설이나 원자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 등 국가 주요 전산망이 공격을 받거나 해킹에 의해 조종을 받으면 상상하지 못할 재앙이 닥칠 수 있다.
2007년 에스토니아의 사이버 공격 피해를 보자. 100만 대 이상의 좀비 PC를 동원한 대대적인 디도스 공격으로 국가 기간망이 1주일 이상 마비됐다. 3주간 계속된 사이버 공격은 대통령궁과 의회 정부 은행 언론사 등 주요 기관의 홈페이지와 전산망을 초토화시켰다. 그런 상황이 한 달 이상 지속됐다면 에스토니아는 국가적 위기에까지 이르렀을지 모른다. 규모가 다를 뿐 이런 일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다.
지난해 발생한 7·7 디도스 공격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한순간에 무기로 돌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과 연결되는 가전제품, 통신기기, 스마트폰도 잠재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자연재해, 그에 못지않게 사이버 침해가 가져올 가공할 재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자연재해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기술을 결합하여 예측력을 높이고, 예상 가능한 부분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면 사이버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예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재해 재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듯 계획단계부터 철저히 검토하여 사전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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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