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2∼3cm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무한반도선 백록담에만 서식불법채취에 20여 개체 남아
국내에서 한라산 백록담에만 자생하는 멸종위기종 1급 야생식물인 암매. 임재영 기자
한라산 정상에서 자라는 ‘암매(巖梅)’ 이야기다. 암매는 꽃이 매화나무와 닮아서 붙여졌다. 돌매화나무로도 불린다. 20일 오후 한라산 백록담을 찾았다. 한라산국립공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 멸종위기종을 연구하는 여미지식물원 김명준 객원연구원(43)과 동행했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북벽으로 향했다. 20여 m 앞에서 하얀 꽃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에 바짝 달라붙어 위태롭게 자라는 암매. 겨우내 검붉던 잎은 어느새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잎 사이로 올라온 꽃대에 엄지손톱 크기의 꽃이 달렸다. 계곡 사이를 치고 올라오는 세찬 바람을 견디느라 딱딱하게 굳었다.
암매는 빙하기에 남하해 한라산에 터를 잡은 식물. 제주 섬이 과거에는 한반도와 붙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위도에 위치한 남방 한계식물이기도 하다. 시베리아, 캄차카반도에서 확인되지만 해발고도가 높은 북한의 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은 “극지(極地)에 서식하는 암매가 한라산에 자생한다는 사실은 학술적으로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며 “크기가 작아도 수령은 50년 이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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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