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카지노를 지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있다면 그건 내 시체 위일 것이다."
싱가포르의 정신적 지주인 리콴유 전 총리(86)가 오래 전에 남겼다는 말이다. 그랬던 그가 3년 전 말을 바꾸었다.
"카지노를 좋아하지 않지만 세상이 변했다. 현대 세계와 연결돼 있지 않으면 우리는 죽거나 과거와 같은 어촌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카지노장 2개가 리 전 총리의 축복을 받으면서 잇따라 문을 열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4일 보도했다. 술과 담배, 도박을 금기시하고 카지노를 아편과 같은 반열에 올려 취급했던 '도덕국가' 싱가포르가 '도박국가'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싱가포르의 변신은 2000년 이후 내적 성장은 한계에 부닥치고 외적으로도 중국의 고도성장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경제의 새 성장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면적의 3분의 2 크기에 약 5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싱가포르는 국제회의, 인센티브관광, 컨벤션, 전시 등의 복합적 부가가치 산업(MICE) 유치전략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채택했다. 이런 계획아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카지노 산업을 관광산업 육성계획의 일환으로 과감하게 허용했다.
싱가포르에는 변변한 문화 유적지나 관광지가 없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는 지난기간 관광객들에게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는 경유지로만 인식돼 왔다. 카지노 등장과 함께 관광객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겨 이들이 싱가포르에 체류하는 시간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약 1000만 명 수준인 해외 관광객을 2015년까지 1500만 명으로 끌어올리고 관광수입도 300억 달러로 늘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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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내국인의 카지노 이용은 최대한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해 내국인들에게는 24시간 입장권을 70달러(약 8만4000원)에, 1년 입장권은 1400달러(168만 원)에 팔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무료입장과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싱가포르에 몰려올 카지노 이용객들의 대다수는 중국인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