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봄이 되면서 경기가 풀리는 조짐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통계상의 각종 경제지표들은 상승세가 확연해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찍고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한국은행은 올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져 7.5%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12일 밝혔다. 분기별 성장률로는 신용카드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02년 4분기(8.1%)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수치다.
1분기 성장률 관련 지표가 일제히 호조를 보이자 한은은 12일 올해 전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지난해 12월엔 올해 경제성장률을 4.6%로 예측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0.6%포인트 높여 5.2%로 수정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경제를 진단하는 한은의 전망치가 정부 예상치(5.0% 안팎)보다 오히려 높게 나온 것이다.
하지만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거꾸로다. 한은이 전국 56개 도시지역 2159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10으로 두 달 연속 떨어졌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109) 이후 최저치다. 그만큼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경기지표의 호조가 체감경기로 이어지기 위해선 꾸준한 성장을 통해 민간 자생력이 회복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경기 양극화가 해결되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 구인과 구직의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