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행장-이팔성 회장-민유성 행장 ‘역할주도’ 선언
메가뱅크는 2008년 초 산업은행과 우리금융, 기업은행을 합치는 구상으로 처음 등장했으나 곧이어 터진 금융위기로 힘을 잃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은행 대형화 구상의 핵심인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데다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처음 주장했던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면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출사표를 낸 곳은 지난해부터 지주회사 회장 선임을 놓고 홍역을 치른 KB금융이다. 강정원 KB금융 회장대행 겸 국민은행장은 2일 국민은행 전 직원을 상대로 한 정기조회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메가뱅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민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내외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을수록 혁신에 몰입해야 한다”며 “치열한 금융대전에서 항상 웃는 기업은 바로 국민은행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거론되는 메가뱅크 시나리오는 우리금융과 시중은행 또는 우리금융, 산업은행, 시중은행의 합병 방안이다. 우리금융, 산업은행과 짝짓기를 할 유력 주자로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꼽힌다. KB금융(316조 원)이 우리금융(317조 원), 산업은행(156조 원)과 합치면 자산규모 789조 원의 은행이 만들어진다. 하나금융(169조 원)이 우리금융 및 산업은행과 합병하더라도 자산규모는 642조 원에 육박한다. 어느 방안이 실현되더라도 자산규모에서 세계 30∼40위권의 대형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메가뱅크가 탄생한다면 그 시점은 올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고위 관계자는 “메가뱅크의 핵심인 우리금융 민영화 시점이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규모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은행이 탄생하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