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홈스테이 가정 가보니이국문화 ‘소통’하고 서로 말배우기는 덤“가족처럼 허물없이 생활…홈스테이 성공운영 비결”
서울에도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홈스테이 문화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반은경 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가족들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일본인 투숙객 이와마쓰 아쓰코 씨(오른쪽)가 소개하는 일본 잡지를 보며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 70대 노부부의 이야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임좌남(72) 정영례 씨(72) 부부는 자녀들이 하나둘 집을 떠나면서 방 두 개가 남았다. 이 부부는 며느리의 제안으로 남는 방을 홈스테이 외국인들에게 내주기로 했다. 주변에 연세대 등 대학이 많다 보니 한국어 공부를 하는 외국인 학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 적적하던 집 분위기도 밝아지고 용돈 벌이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투숙객 한 사람에 하루 3만∼4만 원씩 받는다. 방에는 침구와 책상, 옷걸이가 있다. 자연스러운 한국식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좌식생활과 식사 메뉴를 부부가 평생 살아온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이 집의 특징. 정 할머니가 “젊은 외국 학생들은 찌개 종류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해. 그래도 한국에 왔으면 한국 음식을 먹어야지”라고 말을 꺼내자 할아버지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해”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 대신 음식이 입맛에 정 안 맞는 손님들을 위해 주방과 냉장고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다. 또 화장실은 게스트용을 따로 내줬다. 유학생들 사이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스파르타’식 한국어 교사로 통한다. 두 사람 다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답답한 학생들이 알아서 한국어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녀교육 욕심에 도전한 홈스테이였지만 1년 넘게 스위스, 미국, 홍콩,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반 씨의 마음은 더 활짝 열렸다. 꼭 영어권에서 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어졌다. 일주일간 이 집에서 묵은 일본인 관광객 이와마쓰 아쓰코(岩松溫子·여) 씨도 이날 전자사전의 도움을 받아가며 아이들과 일본 잡지에 실린 가수 비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반 씨는 게스트들과 함께 식사 준비도 하고 저녁에는 찜질방에 가기도 한다. “진짜 가족처럼 허물없이 대하는 게 홈스테이를 잘 운영하는 비결”이라며 “홈스테이는 정(情) 많은 한국인이 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는 “서울 시내에서 저렴한 숙박시설을 찾기 어려운 데다 외국인 학생들은 월세집 계약도 어렵다 보니 홈스테이가 좋은 대안”이라며 “외국인들이 서울을 제2의 고향으로 기억하게 하는 소중한 관광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