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뚜렷한 정책도 없이 명멸
구락부는 폐쇄적 서클이란 뉘앙스를 띤 표현이다. 목적이 친목이든 연대든 취미활동이든 간에 끼리끼리의 사적 모임을 뜻한다. 공적 문제의식에 입각해 사회적으로 저변을 쌓고 수많은 국민에게 폭넓게 다가가는 조직을 지칭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표현이다. 몇몇 명망가끼리 선거 직전에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당을 쉽게 만들고 쉽게 해체하던 당시엔 구락부가 정당의 공식 이름에 들어가도 무난했다. 현실을 솔직히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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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된 구락부 정당을 심각하게 보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정치 판세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또 동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기존 정당에서 오죽 억눌리고 자리 잡기 어려웠으면 창당의 모험까지 할까. 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정치도 경쟁이 있어야 쇄신되고 발전하므로 다양한 정당의 등장은 정치권에 대한 자극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결사의 자유를 강조하고 단체의 존재를 민주주의의 핵심 지표로 보는 경우에도 정당 수의 증가를 바람직하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공당(公黨)이 아닌 구락부 정당이 자꾸 생기는 데 따르는 부정적 결과를 부인할 수 없다. 정당은 다양한 사회이익을 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잡하게 얽힌 사회이익을 전체적으로 조정 집성 통합하는 공적 영역에서 그 기능을 찾는다. 그러므로 정당의 목표 조직 운영 등 모든 존재가치가 공적 기반에 서야 한다. 인스턴트식품처럼 급조한 구락부 정당은 사적 성격을 벗기 힘들므로 정당에 요구되는 공적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설혹 급조 정당이 공공성을 지향한다 해도 결과적으로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정당체제의 발칸화’가 발생한다. 대세를 바꿀 순 없겠지만 정치의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심한 요즘과 같은 시대엔 급조 정당이 의석 몇 개만 차지해도 정치구도가 과도하게 다극화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정당은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공당의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지엽적 부분적인 사회이익만을 대변하고 그에 따른 조그만 기득권을 고수하는 데 급급한 이익단체처럼 되기 쉽다.
기존 정당의 소수 의견 수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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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