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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물과 기름의 표류, 아무것도 못 녹이는 여당

입력 | 2010-02-26 03:00:00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한나라당 지도부와 만나 “정치는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어떤 정책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중심을 놓고 해결한다면 해결할 수 없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법을 개혁하고,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제한적이지만 헌법에 손을 대는 과제가 남아있다”면서 “법을 바꿀 때 국가 미래라는 관점에서 해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실 속의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계파로 갈려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돌며 으르렁댈 뿐 무엇 하나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파동부터 지난해 미디어법 개정, 지금의 세종시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국정동반자가 아니라 상극(相剋)의 관계에 가까웠다.

이 대통령부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녹일 것인지를 제시하고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 대통령은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치사회적 통합 리더십의 발휘’라는 측면에서는 ‘지난 2년간 과연 무엇을 녹여냈는가’ 하는 국민적 질문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로 심하게 토론하고 싸우더라도 가슴에 맺히는 말은 적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친이(친이명박) 직계라는 일부 의원은 22일부터 열린 4일간의 의원총회 안팎에서 박 전 대표를 자극할 말들을 연일 쏟아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를 비롯한 현안을 대화 타협을 통해 풀어내려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내가 국회의원을 9번 지냈지만 이런 국회와 정치인들은 처음 본다”면서 국민투표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국민투표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국회 및 정치권에 대한 극심한 불신의 표출이다.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 대한 보수층과 국가·사회 원로들의 우려도 일정하게 대변하고 있다고 하겠다.

친박(친박근혜)계 홍사덕 이성헌 의원이 제기한 친박 의원 뒷조사설에 대해 청와대는 진위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뒷조사설이 근거가 없는 흑색선전인 것으로 드러나면 두 의원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친박계 의원들도 계파 보스의 감정과 논리만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안 모색을 위해 활발한 소통을 매개하는 자세를 보여야 진정한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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