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서 요양시설 전환 결정“혈육보다 더 아끼는 사이…”복지부 등에 도움 호소 편지
14일 설날 아침, 경기 성남시 아동복지시설 ‘천사의 집’ 아이들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우건호 원장(오른쪽)에게 세배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천사의 집에서 가족이 된 아이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사진 제공 천사의 집
천사의 집 아이들은 우 원장 부부를 고모부, 고모라고 부른다. 시설에서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선생님은 이모부와 이모다. 이곳에서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나 부모가 있어도 함께 지낼 수 없는 아이 39명이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지낸 천사의 집 아이들이 또다시 가족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장관님, 저희 흩어지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설을 앞둔 11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천사의 집을 찾았다. “어려운 점이 없느냐”는 장관의 물음에 김경민 군(가명·16)이 일어나 또박또박 말했다. “여기 살고 있는 아이들은 진짜 가족보다도 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어요. 그런데 소중한 가족과 또 이별을 해야 하나요.” 딱한 소식을 접한 법무부는 막상 소관 부서가 아니어서 난감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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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집이 없어지면 이곳에 살던 아이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다른 시설로 옮겨가야 한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도 계속 다니기 어렵다. 의젓한 경민이는 어린 동생들이 더 걱정이다. 경민이는 2년 전 천사의 집에 오기 전까지 가출도 하고 갈피를 잡지 못했다. 부모가 이혼한 뒤 재혼한 어머니와는 같이 살 수가 없었다.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경민이는 방황했다. “동생들이 또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저와 같은 실수를 저지를까 봐 걱정이에요.”
시설이 문을 닫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천사의 집 고학년 아이들은 요즘 보건복지가족부, 서울시 등에 도와달라며 편지를 보내고 있다.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어른들의 결정으로 우리가 주인인 천사의 집이 하룻밤에 사라져야 하나요.”
성남=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