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은 에이스 김광현(오른쪽)을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야신’의 숨은 뜻은 과연 무엇일까.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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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세 광현, 올해 못하면 끝”…애제자에 ‘사랑의 채찍’
○신년에 있었던 두 가지 에피소드
SK 김성근 감독은 4일 오전 8시30분 인천 송도 집을 나서 오후 8시30분에야 귀가했다. 폭설 속에서 그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서울 강남까지 오고간 이유가 김 감독답다. 최근 라디오 특강을 수락했는데 작가가 자서전을 토대로 1장당 2분 분량의 원고 15장을 써왔다. 받은 대로 읽으면 될법하건만 김 감독은 그러지 않고, 작가와 직접 만나 한줄 한줄 전부 고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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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최악을 생각한다
새해 첫 인터뷰에서 새삼 실감한 사실, 김성근은 천상 완벽주의자이자 비관주의자였다. 사람들은 SK를 우승후보라 말하지만 그는 “최악의 전력”이라고 단언했다. 나머지가 재활 멤버의 복귀를 염두에 넣는 덧셈을 한다면 김 감독은 전원 다 없는 뺄셈의 팀 플랜을 짜고 있었다. 재활선수는 덤이라 여기고, 엄정욱 제춘모 등을 재활용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둔다.
SK는 오키나와와 고지로 나눠서 스프링캠프를 운용한다. 여기서 에이스 김광현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7일 훈련소 퇴소 후 몸을 점검한 뒤 합류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시한을 두지 않았다. 왜 그리도 엄격할까.
“김광현은 올 시즌 못하면 끝난다고 본다. 투수에게 굴곡이 있다면 처음으로 내리막길 문턱에 접어든 것이다. 여기서 자만했다간 추락은 한순간이다.” 그럼 데려가서 붙잡고 가르쳐야 되는 것 아닐까? 허나 가만 내버려두고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이제 김광현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라는 메시지일까. 대조적으로 제춘모는 투수 중 유일하게 오키나와로 간다. 일본인 코치가 전담으로 가르친다. “투수가 없다. 어떻게든 만들어야 된다.” 곧 죽어도 김광현에게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김광현은 훈련소를 나오자마자 어쩌면 더 살벌하고 냉엄한 현실과 마주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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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