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아일보 열린 장학금 수혜대학-고교생 37명 산타 자원봉사서울 종로-성북구 12가구에 선물
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해피투게더 봉사단’ 소속 고교생, 대학생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사는 강민석 군에게 선물을 건네고 있다. 이들은 풍선 아트와 마술쇼를 선보이며 추억을 선사했고, 강 군은 “부모님께 투정 부리지 않겠다”고 산타와 약속했다. 홍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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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8시경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여관 앞.
“자은아, 자영아 나와라!”
갑자기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숭인초등학교 1학년 유자은, 자영(7) 쌍둥이 자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관에서 걸어 나왔다. 두 자매와 어머니 송모 씨(38)는 친척 소유의 이곳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다. 휴대전화 모집인으로 일하는 송 씨는 아침 일찍 자고 있는 딸들의 얼굴을 보며 일하러 나가고, 밤늦게 들어와 잠든 딸들의 얼굴을 본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여관을 관리하는 송 씨의 모친이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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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일찍 귀가해 쌍둥이 자매의 대화를 듣고 송 씨는 가슴 한쪽이 아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도 초콜릿 한 개를 선물했을 뿐이다.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이날 자매 앞에 산타 모자를 쓰고 나타난 청년 11명이 캐럴을 불렀다. 자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들은 삼성-동아일보 열린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 고교생들로 구성된 ‘해피투게더 봉사단(해투봉) 단원들이다. 이날 37명의 학생이 세 팀으로 나눠 서울 종로구와 성북구의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장애인 가정 12가구에 작은 선물을 배달했다. 아이들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은 부모들을 통해 미리 알아냈다.
“지난 1년 동안 착한 일을 많이 해서 할아버지가 왔어요. 밥 먹을 때는 밥만 먹고, 숙제할 때는 숙제만 하기로 약속할 수 있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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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할아버지가 너무 젊은 것 같아요.”
강수진 양(계동초 6) 민석 군(〃 3) 남매는 이날 종로구 가회동 집 앞 골목에서 ‘해투봉 산타’들을 만났다. 수진이 남매는 유전성 하지마비를 앓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인 수진이네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꿈도 못 꿀 처지다. 민석 군은 산타 역을 맡아 ‘자석 보드’를 선물한 최일호 군(경성고 3년)에게 “루돌프는 어딨냐”고 물어 최 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해투봉 단장 권 씨는 산타 수염을 뗀 뒤 “저도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았고, 일찍부터 산타할아버지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제가 산타가 돼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