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기경 베네토 주민들이 훈족의 침략을 피해 갈대만 무성한 개펄에 이주하면서 베네치아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동서 중개무역과 외교술로 부를 쌓은 베네치아는 1797년 나폴레옹에게 정복될 때까지 유럽의 문화적 중심도시로 번성했다. 베네치아가 ‘사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고향이며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과 ‘오셀로’의 무대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베네치아는 영화 건축 미술 디자인 등에 관한 국제적인 축제로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1년에 60번 이상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 도시가 된 지 오래됐다. 원래 개펄에 수많은 나무말뚝을 박아 만든 지반이 서서히 침하돼온 터에 해수면까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6년 대규모 수재 이후 다양한 대책이 모색됐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베네치아가 침수 위기 때문에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존폐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베네치아가 2030년이면 해수면이 상승해 더는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내놓았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