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부탁이 있어!”
최근 데뷔한 한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대뜸 자신의 과거 남자친구에게 공개 ‘영상편지’를 보내려 합니다. 다시 애틋한 감정이 생겨서? 못 다한 얘기가 있어서? 다 아닙니다. 이어진 그의 말은 ‘개그’가 아닙니다. 꽤 진지한 부탁입니다.
“전에 우리 함께 찍은 사진 있잖아…그거 조용히 없애줘….”
그런가 하면 한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은 데뷔 전 흡연과 음주를 한 사진이 미니홈피에 버젓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데뷔 당시 멤버 모두 10대인 점을 감안하면 팬들에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갔을지 모릅니다. 이 때문에 데뷔하자마자 ‘막장 아이돌’이라는 별명까지 얻기도 했죠. 한 여자 가수는 성형 전 사진이 미니홈피에 올라와 곤욕을 치르기도 했죠.
“전에 남자친구가 있었던 게 뭐 어떻다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건 개인 취향 아냐?”라고 ‘쿨’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애정지사, 타인의 밤 문화…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지사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진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 특히 10대 청소년들 팬이 대다수인 아이돌 스타일수록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지죠. 그래서 이들에게 정보기술(IT), 온라인 공간은 무대보다 더 무서운 공간으로 여겨집니다. 지금은 대중 스타가 미니홈피, 블로그 등 IT 문화를 멀리 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사실 대중 스타와 IT의 관계가 처음부터 얼어붙은 건 아닙니다. 실시간 소통 공간으로 주목받았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나날이 기술을 업그레이드 해 스타의 미니홈피를 해킹하거나 일기 속 발언 한 줄에 의미를 부여해 여기저기 퍼 나르는 누리꾼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어난 ‘2PM 박재범 사태’도 오프라인 속 세상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데뷔 전 힘든 상황을 탄식하는 글귀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고, 이것이 최근 발각돼 활동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죠.
오늘도 스타들은 온라인 속 자신의 과거를 지우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한 기획사 매니저는 “데뷔 전 아이돌 가수들 인성 교육을 실시하면서 소위 ‘싸이질(미니홈피 활동)’을 못하게 교육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매니저는 “과거마저 현재이길 바라는 팬들의 집착이 갈수록 커진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