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TV 켠 자녀에게 “지금 때가 어느 땐데” X “머리 식히고 더 열심히” O
수능 수험생 자녀를 둔 엄마도 수능 때문에 괴롭긴 마찬가지다. 예민해진 자녀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버럭 화를 내기 일쑤. 자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간 뒤 며칠 동안 대화를 거부하기도 한다.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이것저것 준비해 줄라치면 “알아서 하겠다”며 매몰차게 말을 잘라 무안을 당하기도 한다.》
“너희 사촌 형은 매일 3시간만 자고 의대 합격했대”
→ “우리 아들도 실력 충분하지! 수면시간만 잘 조절하면…”
아무리 대한민국에선 고3이 ‘왕’이라지만 해도 너무한다 싶다. 엄마들은 궁금하다.
큰 시험을 앞둔 자녀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다. 부모의 말 한마디가 이맘때 자녀에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자기도 모르게 자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다음 사례들을 살펴보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저녁,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너희 친척 형은 매일 3시간 자고 의대 갔다. 너도 잠 좀 줄여야 되는 거 아니니?”
식사시간엔 공부나 시험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자녀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시험 후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자녀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유도하자.
이렇게 해보세요!
“친척 형도 과학을 잘해서 의대 갔는데. 우리 아들도 과탐은 꽉 잡고 있지! 수면시간만 잘 조절하면 좋은 성과가 있겠다. 파이팅!”
어머니가 갑자기 제 방으로 들어오시더니 ‘수능 만점 ○○의 공부법’이란 기사를 내미셨습니다.
“너도 이렇게 해라. 1등급 받는 비법이란다.”
그 학생과 저는 엄연히 다른데, 엄만 왜 이해를 못하실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책상이나 침대 위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신문기사를 올려놓고 쪽지를 남긴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올려놓는다. 머리가 복잡할 때 한 번 읽어보렴.”
방과 후 집에서 쉬지 않고 공부하다 잠깐 휴식을 취하기 위해 거실로 나왔습니다. 머리를 식힐 겸 TV를 켜고 야구중계를 보고 있는데 어머니가 소리치셨죠.
“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제 정신이니? 당장 안 꺼?”
그러지 않아도 ‘딱 30분만 보고 들어가야지’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 화가 치밀어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공부하다 잠깐 나온 자녀가 TV 전원을 켰다면? “신나게 보고 더 열심히 공부하자!”라고 말한다. 스토리가 이어지는 드라마보단 스포츠경기나 오락프로그램처럼 연속성 없는 내용을 보도록 유도한다.
일주일 전부터 친척 어른들의 격려전화가 끊이지 않습니다.
“○○야, 삼촌이 전화하셨다. 한 번에 척 붙으라고 하시더라. 외숙모가 보내 온 선물이다. 찹쌀떡 먹고 철썩 붙으라고 하시면서.”
어머니께선 격려 차원에서 이런 메시지와 선물을 제게 전달해 주시겠지만 오히려 부담만 더 커집니다.
주위 사람의 메시지를 일일이 자녀에게 알려주기 보단 책상 한구석에 선물을 올려두는 식으로 무언의 응원을 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해보세요!
“누가 너 시험 잘 보라고 보내왔다”는 설명 없이 선물을 전달한다. 자녀가 평소 잘 따르거나 친한 친인척의 전화가 오면 자녀의 의견을 먼저 묻고 바꿔준다.
<도움말: 한국가이던스 심리학습센터 ‘마음과배움’ 박동혁 소장, 진로지도업체 와이즈멘토 허진오 팀장>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