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 과학화 어디까지 왔나
양·한방 협진시스템을 구축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치로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동서신의학병원
또 일반인은 한의학의 미래에 대해 ‘대체의학으로서 한의학 수요가 증가할 것’(50%), ‘한의학만의 전문성으로 틈새시장 개척이 용이할 것’(40%)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일반인 22%, 한의사 26%는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치료법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인 증명과 데이터가 없이 환자에게 한의학이 좋다고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한의학 연구 국제저널 게재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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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중풍과 치매는 가장 연구가 활발한 분야다. 김호철 경희대 한의학과 교수(본초학교실)는 “뇌중풍에 걸린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한의학에 기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0년대 말부터 동의보감에 뇌중풍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나온 한약재 200가지를 선별했다. 쥐의 뇌혈관을 부분적으로 막아 사람처럼 뇌중풍을 일으키게 한 뒤 200가지 한약재를 하나씩 투약했다. 실험 과정을 서울대 의대와 협조해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장치로 계속 찍었다. 그 결과 ‘황금’ 추출물이 뇌세포가 죽는 속도를 60% 줄인다는 점을 증명했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는 국내 제약사에 기술 이전된 뒤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한약재 ‘황금’ 중풍 치료효과 입증
국제저널에 연구논문 게재 잇따라
미국선 침술관련 논문도 크게 늘어
○ 외국에서 침 효과 연구 활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진짜 침 치료를 한 팀과 거짓으로 한 팀을 나누었다. 6개월 간 지켜본 뒤 병원과 보험회사 공동위원회는 요통과 관절염의 경우 침이 효과가 있다고 결론짓고 보험료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침이 파킨슨병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인 박히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교수는 “지난 10년간 미국 국립의료원(NIH)에 등재된 의학논문 중 침 치료 관련 논문이 대폭 증가했다”며 “효과가 있다면 ‘어떻게’ ‘왜’ 효과가 있는지를 입증하려는 시도를 앞으로 더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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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는 내년 1월 31일부터 한 병원에서 양방과 한방 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양·한방 협진제’가 시행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경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를 설치하고 있는 병원은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재활의학과처럼 협진 효과를 낼 수 있는 과목을 설치할 수 있고 침구과를 설치하고 있는 한방병원에서는 신경과, 정형외과를 설치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각각 병원과 한방병원을 찾아다녀야 했다.
박 교수는 “아직까지 한의학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접근하는 의사가 많지만 협진제를 통해 제도적으로 서로 교류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통증, 뇌질환, 부인과 같은 분야에서 의학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