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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한약재 효능 MRI 실험서 확인

입력 | 2009-11-02 03:00:00

■ 한의학 과학화 어디까지 왔나




 양·한방 협진시스템을 구축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치로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동서신의학병원

《‘허준’ ‘대장금’ ‘선덕여왕’ 같은 드라마 속에서 그려진 한의학은 재미뿐 아니라 조상의 슬기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한의학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한의학에 대해 ‘흘러간 과거의 의술에 불과하다’, ‘침이나 뜸으로 병세가 좋아지는지에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치료를 받았다는 기분만 들게 하는 위약(僞藥)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상반된 인식은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자생한방병원과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이 9, 10월 일반인 200명과 한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인 응답자 30%는 한의학의 장점에 대해 ‘개인별 체질에 따른 맞춤치료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일반인은 한의학의 미래에 대해 ‘대체의학으로서 한의학 수요가 증가할 것’(50%), ‘한의학만의 전문성으로 틈새시장 개척이 용이할 것’(40%)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일반인 22%, 한의사 26%는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치료법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인 증명과 데이터가 없이 환자에게 한의학이 좋다고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한의학 연구 국제저널 게재 늘어

최근 한의학계에는 과학화 바람이 불고 있다. 임상시험을 통해 국제저널에 논문을 실어 증명하는 것. 최근 자생한방병원과 경희대 약대·한의대가 공동 연구한 퇴행성관절염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인삼이 퇴행성관절염 증상 완화 및 연골 보호·재생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대체의학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에스노파머칼러지(Journal of Ethnopharmacology)’ 7월호에 게재했다. 또 꿀벌의 산란관에서 추출하는 독액인 ‘봉독’이 관절염 염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 올해 초 국제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뇌중풍과 치매는 가장 연구가 활발한 분야다. 김호철 경희대 한의학과 교수(본초학교실)는 “뇌중풍에 걸린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한의학에 기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0년대 말부터 동의보감에 뇌중풍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나온 한약재 200가지를 선별했다. 쥐의 뇌혈관을 부분적으로 막아 사람처럼 뇌중풍을 일으키게 한 뒤 200가지 한약재를 하나씩 투약했다. 실험 과정을 서울대 의대와 협조해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장치로 계속 찍었다. 그 결과 ‘황금’ 추출물이 뇌세포가 죽는 속도를 60% 줄인다는 점을 증명했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는 국내 제약사에 기술 이전된 뒤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한약재 ‘황금’ 중풍 치료효과 입증
국제저널에 연구논문 게재 잇따라
미국선 침술관련 논문도 크게 늘어


○ 외국에서 침 효과 연구 활발

외국에서는 침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독일에서 침의 효과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보험회사 덕분이었다. 2003년 독일 보험회사들은 침 치료를 받은 뒤 보험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늘자 침을 치료방법으로 볼 수 있는지 대학병원에 의뢰했다.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진짜 침 치료를 한 팀과 거짓으로 한 팀을 나누었다. 6개월 간 지켜본 뒤 병원과 보험회사 공동위원회는 요통과 관절염의 경우 침이 효과가 있다고 결론짓고 보험료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침이 파킨슨병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인 박히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교수는 “지난 10년간 미국 국립의료원(NIH)에 등재된 의학논문 중 침 치료 관련 논문이 대폭 증가했다”며 “효과가 있다면 ‘어떻게’ ‘왜’ 효과가 있는지를 입증하려는 시도를 앞으로 더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양·한방 협진제 개시

한의계는 내년 1월 31일부터 한 병원에서 양방과 한방 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양·한방 협진제’가 시행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경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를 설치하고 있는 병원은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재활의학과처럼 협진 효과를 낼 수 있는 과목을 설치할 수 있고 침구과를 설치하고 있는 한방병원에서는 신경과, 정형외과를 설치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각각 병원과 한방병원을 찾아다녀야 했다.

박 교수는 “아직까지 한의학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접근하는 의사가 많지만 협진제를 통해 제도적으로 서로 교류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통증, 뇌질환, 부인과 같은 분야에서 의학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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