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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4대 외교현안… 오바마 대안찾기 진땀

입력 | 2009-09-28 03:04:00


유엔총회와 기후변화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잇따른 다자회의 무대를 통해 국제외교무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제가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국제정세에 따라 애초에 제시했던 오리지널 플랜을 파기하고 ‘플랜B(대안)’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옹색한 상황에 빠졌다는 비판적인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알 카에다 세력, 이란의 제2우라늄농축시설, 아프간과 이란의 부정선거 시비 등은 오바마 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독립변수에 가깝다. 이를 두고 브루킹스연구소 마틴 인다이크 외교정책연구소장은 “애초부터 해결이 쉬운 현안들은 아니었다”며 “메마른 땅에 물을 준다는 심정으로 인내심을 갖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황이 안정된 이라크 주둔 병력을 아프간으로 증파해 아프간전쟁에 치중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향후 6개월∼1년 사이에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전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급기야 5월에는 전략 실패를 이유로 데이비드 매키어넌 사령관을 전격 경질하고 스탠리 매크리스털 중장을 임명했지만 반전은 요원해 보인다. 최근에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작성한 ‘4만 명 정도 병력 증파 없이는 전쟁에서 패할 것’이라는 요지의 비밀메모가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주부터 외교안보팀과 최소 5차례 이상 긴급회의를 열고 플랜B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주 유엔총회 기간 중 직접 주재한 중동평화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3자 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요르단 강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 약속을 받아내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워싱턴포스트는 “중동평화정착의 거보(巨步)를 유엔총회 기간에 디뎌 보려던 오바마 대통령의 바람이 보기 좋게 퇴짜를 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핵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꼬여만 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이란과 마주 앉아 대화를 통해 핵 야심을 꺾어보겠다는 것이 애초 생각이었다. 하지만 노력에도 이란이 두 번째 우라늄농축시설을 건설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이란 정책의 무게가 ‘포용’보다는 ‘압박’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결은 좀 다르지만 북핵 문제 역시 미세 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핵 폐기라는 대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 선택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일단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양자대화 의지를 밝힌 상태이며, 수 주 내에 동맹국 및 6자회담 파트너들과의 협의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 시기와 장소를 결정할 예정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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