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화가 제임스 말튼이 1790년경 그린 더블린 풍경. 사진 제공 책과함께
◇ 도시와 인간/마크 기로워드 지음·민유기 옮김/688쪽·4만8000원·책과함께
“맨체스터, 해질 무렵 하늘은 구릿빛으로 변하고 평원 위에는 기묘한 모양의 구름이 걸려 있다. 이런 적막함 아래 오벨리스크만큼 높은 굴뚝 수백 개가 서 있다. … 대지와 공기는 안개와 그을음을 머금은 듯하다. 더러운 벽돌로 된 공장의 벽이 계속 이어져 있다. … 도로는 얼마나 음산한가!”
1859년 프랑스 평론가 이폴리트 텐에게 영국의 산업도시 맨체스터는 충격이었다. 당시 유럽에는 이런 산업도시가 없었다. 교회 탑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한 유럽의 다른 지역과 달리 연기 나는 공장의 굴뚝으로 가득한 맨체스터에 매료되고 놀랐다. 영국의 건축사학자인 저자는 11세기 콘스탄티노플부터 20세기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1000여 년 서구 도시의 역사를 고찰했다. 콘스탄티노플은 아시아의 상품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무역의 중심이었다.
17세기 전까지 상업도시 베네치아와 제조업 중심 도시 브뤼헤(브뤼셀 인근 도시)가 번성했다. 17세기 파리에는 퐁네프다리가 완공됐다. 퐁네프의 폭은 28m에 달해 유럽의 어떤 다리보다 넓었다. 18세기 말 파리에는 종합 여가 시설인 팔레루아얄이 생겼다. 지붕이 덮인 아케이드 형태의 팔레루아얄에 연극, 그림자극, 인형극을 공연하는 극장, 경매장, 음악회장, 도박 클럽, 사교 클럽, 터키식 목욕탕, 호텔, 각종 상점이 들어서면서 파리인의 여가가 다채로워졌다. 1000여 년 도시문화사 풍경을 담은 315장의 사진과 삽화가 실렸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