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인터뷰] 서울대 MBA 스쿨 - 동아비즈니스리뷰 공동 기획
《한국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과 함께 세계 최고 석학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첫 번째 대상자는 마케팅 전략의 최고 권위자인 S. P. 라즈 시러큐스대 교수입니다. DBR와 함께 세계적 경영 석학들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마케팅 전략 분야 권위자 S.P.라즈 교수
현대차 어슈어런스 마케팅
‘소비자를 돕는다’ 느낌 줘
고객 정서 부드럽게 ‘터치’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해서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만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는 시도는 위험합니다. 품질을 희생하면서까지 낮은 가격만을 원하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구매를 ‘소비(consumption)’가 아니라 ‘투자(investment)’로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십시오.”
마케팅 분야의 최고 석학인 라즈 교수가 한국 기업에 던진 충고다. 그는 “기업들이 ‘우리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돕는다’는 동정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실직자의 차를 되사주는 현대자동차의 어슈어런스 마케팅이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불황기 마케팅과 호황기 마케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남성은 자신에게 필요한 10달러짜리 물품을 20달러에 사고, 여성은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10달러짜리 물품을 5달러에 산다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적정 가격보다 비싼 물품을 사면서도 ‘이 제품은 내게 꼭 필요하고, 이 제품을 사는 일은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고객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부터 고민하세요. 도움이 자선 행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그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며, 소비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비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준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는 무엇인가요.
“현대자동차의 어슈어런스 마케팅입니다. 불황기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우리가 소비자들을 도와준다’는 느낌, 즉 동정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의 정서가 불안하기 때문에 우리 제품의 질이 더 좋고 가격이 더 싸다는 이성적 접근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기 힘듭니다. 현대차의 전략은 경기침체 시 소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실직을 마케팅 목표로 삼았다는 점, 회사가 짊어져야 할 위험 부담에 비해 홍보 효과도 매우 크다는 점에서 가치와 창의성을 모두 갖춘 전략입니다. 현재 현대차의 고객이 아니라 잠재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고객 기반을 넓힐 기회도 잡았다고 봅니다.”
―호황이나 불황에 상관없이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하고 싶어 하는 마케터와 비용을 걱정하는 최고경영자 사이에는 항상 의견 대립이 일어날 수 있는데요.
“마케팅 비용 증감보다 최적화가 중요합니다. 미국 과자회사 프리토레이는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 결승전(슈퍼볼)에서 아마추어 누리꾼이 제작한 손수영상물(UCC)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프리토레이는 야후와 손잡고 자사의 과자 ‘도리토스’ 광고를 공모해 수상자들에게 상금, 슈퍼볼 입장권, 여행경비를 제공했죠. 슈퍼볼 효과에다 누리꾼들의 입소문까지 겹쳐 광고 효과가 엄청났습니다. 슈퍼볼 기간에 광고를 내보내려면 물론 엄청난 비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광고 제작비만 놓고 보면 광고 에이전시가 제작했을 때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본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최적화입니다.”
―불황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낸 기업들의 특징을 무엇이라고 평가하십니까.
“첫째, 월마트나 프록터 앤드 갬블(P&G)처럼 호황이나 불황에 상관없이 항상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야 합니다. 월마트는 불황기에 ‘Save money, Live better’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가격과 감성적 측면 모두에서 소비자들을 만족시켰습니다. 둘째, 호황기에 불필요한 지방을 축적하지 않아야 합니다. 스타벅스를 보세요. 경기가 좋을 때 전 세계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렸다 지금 그 군살을 빼느라 애를 먹고 있습니다. 신중하고 분별력 있는 성장을 하는 기업만이 장수할 수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새로운 노선을 개설할 때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면밀한 실사를 거친 후에야 노선 개설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득계층 피라미드의 맨 끝에 있는 저소득층(BOP·Bottom of the Pyramid)의 구매력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의 빈민 소액 대출(micro-finance)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휴대전화나 자동차에도 이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 없을까요.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흔히 많은 기업은 좋은 품질의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한다고 할 때 ‘누구에게 좋은 품질이냐’는 문제를 기업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머징마켓, 특히 인도 저소득층 소비자에게는 터치 스크린폰 기능을 탑재한 고가 휴대전화를 저렴한 가격에 생산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가치를 제공해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당뇨병이나 혈압 수치를 잴 수 있는 기능을 더한다면 어떨까요. 대다수 저소득층은 자신들이 병에 걸린 사실도 모르는 채 죽어갑니다. 설사 그 사실을 알아도 병원에 갈 돈도 없고 병원도 매우 멀어서 즉각적인 치료를 받지도 못합니다. 휴대전화로 당뇨나 혈압 수치를 체크하고 그 데이터를 병원이나 의사에게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엄청난 혜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라즈 교수는… ▼
라즈 교수는 인도 첸나이 인도공대(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 시러큐스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MBA 스쿨, 코넬대 교수 등을 지냈다. 마케팅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리틀 어워드(Little Award), 리먼 어워드(Lehmann Award), 배스 어워드(Bass Award) 등을 휩쓰는 등 탁월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마케팅 석학이다. 주 연구 분야는 마케팅전략, 소비자 구매행동 연구, 신제품 개발, 인터넷 마케팅 등이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1호(2009년 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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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0090D3>▼강부장 개조 프로젝트/지시 불이행, 꼬박꼬박 말대꾸…무개념 직원 어떻게 다룰까?
리더가 아무리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려 해도 좋은 팔로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지나친 개인주의 행태를 보이는 직원, 독불장군식으로 행동하는 직원, 리더의 권위를 무시하는 직원이 대표적 예다. 나쁜 부하는 나쁜 상사 이상으로 조직과 동료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업무가 팀워크로 이뤄지는 만큼 좋은 팔로십은 리더십 못지않게 중요하다.
▼International Business Planning/짝퉁 신화는 없다, 知財權에 눈떠라
중국 체리자동차의 주력 모델 QQ는 마티즈의 디자인과 부품을 그대로 사용한 완전 복제품이다. 하지만 중국은 디자인의 의장권자에 상관없이 ‘선(先)등록주의’에 의한 무심사 등록을 허용한다. 심지어 의장권 보호법조차 없어 많은 중국 기업이 해외업체의 디자인을 버젓이 자사 의장권으로 등록하고 있다. 국제 통상 업무가 있는 기업은 반드시 법률회사의 도움을 받아 자사의 지적재산권 범위를 확인하고 보호 방안을 찾아야 한다.
▼HR School/글로벌 보상 없으면 무늬만 세계 경영
한국 기업의 해외 지사 경영자 중에는 리더의 기본인 인사 관리 지식이나 인사 업무 경험이 없는 사람이 꽤 많다. 심지어 현지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조차 영업, 회계, 생산 같은 다른 업무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조직 구성은 불필요한 시행착오와 마찰을 불러일으킨다. 글로벌 기업이라면 국내 여건에 맞춰진 보상 기준을 따르기보다는 글로벌 보상 제도를 따로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The McKinsey Quarterly/불황기 영업의 황금률
용기 있는 기업은 경기 침체를 영업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하지만 비용을 줄인다고 영업부서 후방의 지원 인력과 기능을 없애거나, 일선 영업 담당자의 해고를 비롯한 전면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면 오히려 참담한 결과만 맞을 뿐이다.
▼Harvard Business Review/고객 욕구 현미경으로 분석하라
불황기에 접어들면 기업들은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고 홍보 전략과 상품 공급을 조정해야 한다. 기업들은 불황에 대한 고객의 심리적 반응에 따라 고객을 분류할 필요가 있다. 또 고객이 필수품에서부터 소모품까지 제품을 분류하는 기준을 주시하여 이를 토대로 고객을 나눠야 한다. 이런 전술을 택하는 기업들은 일률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기업보다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