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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80년 고속철 건설계획 보고

입력 | 2009-02-04 03:01:00


점심은 대전에서, 저녁은 부산에서 먹고 서울의 집에 돌아오는 일이 가능하다. 고속철도 덕분이다.

KTX의 최고 시속은 330km이다. 효율적인 운행을 감안해 평균 305km로 달린다. 잠시 한눈팔면 내릴 역을 놓치기 쉽다.

광주에 가려고 아침 일찍 탔는데 졸다가 깨 보니 열차가 나주 벌판을 지나 목포를 향하고 있어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대전에서 내리지 못하고 대구나 부산까지 갔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정부는 1978년 11월부터 고속철도 건설 방안을 검토했다. ‘대량 화물 수송체계 개선 및 교통투자 최적화 방안 연구’라는 긴 제목이 붙어 있었다.

유양수 교통부 장관은 1980년 2월 4일 최규하 대통령의 연두순시에서 “경부선을 3시간대에 주파하는 새 고속전철선을 건설하고 호남선을 모두 복선화하겠다”고 보고했다.

고속철도 건설 방안은 제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1982∼86년)에 포함됐다. 타당성 조사는 1983년 시작했다.

노태우 대통령이 1989년 5월 8일 경부고속전철 추진 방침을 최종 결재하면서 같은 해 7월부터 기술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은 프랑스의 지원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했다. 2004년 4월 1일이다.

KTX의 발전은 눈부시다. 이용객이 14일 만에 100만 명, 142일 만에 1000만 명을 넘었다. 2007년 4월 21일에는 1억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8월 20일에는 이용객 1억5000만 명을 기록했다. 전 국민이 세 번 이상 탄 셈이다. 열차가 달린 거리는 8766만 km로 지구를 2190바퀴나 돈 것에 해당한다. 올해 12월에 2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승차 인원은 2004년 1988만2000명에서 지난해 1억6407만200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에 좌석 이용률은 63.3%에서 73.2%로 높아졌다.

이승만 정부 시절에 국방부 장관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라고 호언하다가 북한의 기습 남침 3일 만에 수도 서울을 내줬다.

KTX로 북한을 여행하며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깜빡 졸다가 내릴 역을 놓치더라도.

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