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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수 전횡’하겠다는 민주당의 ‘국회전횡 방지법’

입력 | 2009-01-29 02:58:00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어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 5개국 가운데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 권한을 부여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그런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대부분 안건을 처리하고 합의가 되지 않는 안건은 다수결에 따라 표결 처리하는 원칙이 확립돼 있는데 구태여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 국회는 선진 5개국과 달리 의안 처리를 방해하려는 소수당의 떼쓰기와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 합리적 운영에 협조하겠다는 전제도 없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폐지하거나 그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것은 의도가 뻔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중점 법안의 처리를 막고 ‘소수의 전횡’을 합법화하려는 것이다.

지금처럼 대화와 타협, 다수결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마저 없앤다면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당이라도 소수당의 동의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할 것이다. 선거 민의(民意)와는 다르게 국회가 ‘다수에 의한 지배’가 아닌 ‘소수에 의한 지배’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이 과연 민주당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이고, ‘소수의 권리 보호’인가. 이렇게 국회를 운영할 바에야 국회의원 선거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 필요성은 그동안 민주당도 인정했고,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때는 십분 활용했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김대중 정부 때엔 3차례 직권상정으로 10개 의안을 처리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은 6차례나 직권상정을 해 종합부동산세법 사립학교법 ‘이명박 후보 특검법’ 등 20개 의안을 처리했다. 그런 민주당이 이제 와선 국회의장의 직권남용과 다수당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며 직권상정을 제한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다수에 의한 ‘국회 전횡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지금의 국회 상황은 오히려 ‘소수전횡 방지법’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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