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18일 중의원 본회의 도중 피곤한 듯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정부견해와 동떨어진 돌출발언후 사죄 반복
여권 ‘자질’ 비판속 “연말까지 못갈듯” 체념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연일 말실수와 이에 대한 사죄, 철회를 되풀이하는 가운데 아소 정권이 구심력을 잃고 레임덕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아소 총리는 각종 정책 현안과 관련해 정부 공식 견해와도 동떨어진 돌출 발언을 했다가 철회를 반복해 여권 내부의 반발마저 사고 있다.
그는 19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 핵심 개혁 사안이었던 우정(郵政) 민영화와 관련해 “(우정) 주식 매각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가 파문이 일자 이튿날 “주가가 낮을 때는 매각하지 않는다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또 용처가 도로 정비 등에 한정된 도로특정재원에 대해 “지방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교부세로 1조 엔을 배포하겠다”고 말해 여권의 맹렬한 반발을 샀다. 일본 언론은 아소 총리가 정책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기야 20일 아침 자민당 모임에서는 “총리 같은 거 상관없다. 당이 결정한 것을 밀고 나가면 된다”며 총리를 아예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속출했다.
아소 총리에 대한 불만은 정책에 머물지 않는다. 자민당의 각 파벌 총회에서는 총리의 자질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는 ‘의사는 사회적 상식이 결여돼 있다’고 한 아소 총리의 발언에 대해 “‘(아소 총리처럼) 비상식적인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다’는 말이 안 나오게 해줬으면 한다”고 비꼬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초 국민적 인기를 내세워 ‘선거용 얼굴’로 옹립된 아소 총리의 유효기간도 이미 끝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소파 의원들조차 “아소 내각은 연말까지 못 간다” “이 정권은 끝난 건지도 모른다”고 체념하는 분위기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다만 예전 자민당이라면 ‘아소 끌어내리기’를 시작할 시점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은 현실이다. 직전의 두 총리가 연달아 정권을 포기한 뒤 유력한 후계 후보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는 셈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