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인터넷에 자주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공무원 또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면서 주류(主流) 언론에 대한 공격에 댓글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살아 있는 권력’인 대통령이 댓글을 남기자 공직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댓글의 힘이 커지기도 했지요.
댓글의 강점은 특별한 자격이나 검증 없이도 누구나 여론 형성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올해 4월 한국언론학보에 실린 양혜승 씨의 논문을 보면 언론 기사에 댓글이 달리면 독자들은 기사의 논조보다 댓글의 견해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댓글의 영향력은 논조에 긍정적일 때보다 부정적일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댓글의 질이 낮을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현상도 일부 발견됐습니다. 댓글의 영향력은 강해졌지만 그 내용이 부정적이고 질이 낮을수록 힘을 얻는 미디어로서의 한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반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일시적으로 ‘정의의 사도’로 착각하거나 ‘이름 없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권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악성댓글(악플)의 폐해를 보면 댓글의 한계가 두드러지는 듯합니다.
반면에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로 국민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라디오는 검증 받은 참여자만 허용하는 미디어입니다. 인터넷의 욕설은 흔한 일이지만, 라디오의 욕설은 ‘심각한 방송사고’가 됩니다. 그만큼 정제된 대통령의 언어를 전달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라디오가 TV에 밀려났지만 감성적이고 생활밀착형 커뮤니케이션으로 차별화된 매체로서 재조명 받는다는 점도 감안한 듯합니다.
하지만 라디오가 탄생한 지는 무려 100년도 더 지났습니다. 이 때문에 라디오를 통한 소통은 구시대적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의 특성상 양방향 소통이 어렵다는 불만을 해결하는 것도 숙제입니다.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가 곧 메시지다”라고 했습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즉 기술과 형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두 대통령의 서로 다른 미디어 활용법을 비교하면서 이들의 메시지를 풀이해 보면 어떨까요.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