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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부패 퇴직 후 더 심각”…中 ‘부패감시 종신제’ 꿈틀

입력 | 2008-09-02 02:57:00


중국 고위 공무원의 부패가 현직보다 퇴직 이후 더 심한데도 이에 대한 감시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 공무원에 대한 ‘부패감시 종신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런젠밍(任建明) 칭화(淸華)대 염정(廉政)과 치리(治理)연구중심 주임은 지난달 31일 런민(人民)논단에 올린 글에서 “일부 간부가 퇴직 뒤 창업을 하거나 자녀를 불법 취직시키고 친인척과 부하 관리를 활용해 각종 부패를 일삼고 있음에도 적절한 통제 수단이 없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런 교수에 따르면 중국 ‘공무원법’은 퇴직 간부가 설령 부패범죄를 저질러도 이를 ‘직무와 관련한 범죄’로 볼 수 없게 돼 있어 처벌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현직에 있을 때 업자들의 뒤를 봐 주고 퇴직 후 이득을 취하는 부패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

리커제(李克杰) 산둥(山東)정법학원 교수는 “공무원법 102조는 지도자급 간부에 대해서는 3년 내, 일반 공무원은 2년 내 직무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할 수 없다는 규정과 함께 이를 위반하면 이득을 모두 몰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직무 연관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초 적발된 왕야천(王亞침) 전 랴오닝(遼寧) 성 푸신(阜新) 시 서기의 경우가 공무원법의 이런 허점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1996년 퇴직한 왕 전 서기는 가오(高)모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고문 자격으로 들어간 뒤 자신의 아들에게 이사장 자리를 넘기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그는 공안국을 움직여 가오 씨에게 각종 죄를 뒤집어씌워 11개월간 옥살이를 시키고 477만 위안어치의 회사 재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런 교수는 “왕 전 서기의 행위는 푸신 시 시장, 부시장, 국장, 부국장 등이 그가 재직 시절 임명했던 사람들이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퇴직자의 부패 방지를 위해서는 인사제도의 개혁과 함께 현직 간부들의 부패 감시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