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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연극으로 만든 히치콕 영화 ‘39계단’ 19일 국내 첫선

입력 | 2008-08-14 02:54:00


‘무섭게’ 웃기는 정통 스릴러

칼맞아 죽기전 엉덩이 춤 등 ‘몸개그’ 열연

배우 둘이서 100여개 역 소화… 폭소 예약

쇼 구경을 갔다가 우연히 한 여성을 만난 리처드 해니.

이 여성은 해니에게 ‘39계단’을 통해 영국의 기밀이 새어나간다는 고백을 한 뒤 살해된다. 살인 누명에 스파이 사건에까지 연루된 해니는 경찰에게 쫓기고 스파이들의 추격까지 겹쳐 제대로 눈 붙일 틈도 없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유명한 스릴러 ‘39계단’(1935년)은 2006년 영국 런던에서 연극무대에 올려진 뒤 지금껏 연일 매진하는 히트작이 됐다. 올해 뉴욕 브로드웨이로도 옮겨져 순항 중이다.

‘39계단’이 국내 무대에 선보인다.

이원재 조수정 권근용 김하준 씨가 출연하며 영국 연출가 캐럴라인 레슬리가 연출을 맡았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시종일관 배를 잡고 웃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정통 스릴러물에 배를 잡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연극은 ‘39계단’의 코믹 버전이기 때문. 똑같은 세 장면이 어떻게 다른 분위기가 나는지를 비교해 전형적인 히치콕 스타일의 진지한 이야기가 폭소 만발한 코미디로 변형되는 과정을 짚었다.

▽칼을 맞고 죽는 스파이 여성과 몸 개그=비장한 음악이 나오는 이 충격적인 장면은 전형적인 ‘몸을 이용한 코미디’로 바뀌었다. 칼을 맞고 해니의 무릎에 길게 엎드린 여자는 죽기 전 피아노 배경음악에 맞춰서 엉덩이를 흔든다. 의자에 앉은 채 시체에 깔린 해니는 시체를 들어올릴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시체 아래로 빠져나오겠다고 낑낑댄다. 이 ‘몸 개그’는 ‘동작 연출가’가 따로 붙을 정도로 중요하다. 자동차가 흔들리는 장면과 옷이 바람에 날리는 장면 등을 전부 몸으로 표현하는 웃음 연기도 관객의 폭소를 끌어내는 포인트다.

▽기차역의 세일즈맨과 100여 개 배역을 소화하는 두 배우=코믹 버전답게 영화 속의 승객들은 ‘속옷 파는 세일즈맨’으로 바뀌었다. 이 장면에서 연극 ‘39계단’의 가장 큰 묘미가 발휘된다. ‘39계단’의 특징은 배우 둘이서 100여 개 배역을 감당하는 것. 두 배우는 모자만 바꿔가면서 세일즈맨이 됐다가, 신문 파는 소년이 됐다가, 역의 직원이 된다. 나중엔 대사마저 (의도적으로) 엉킬 정도다. 두 남자배우는 이어서 교수 부부, 여관집 부부, 경찰, 공연장 사회자와 출연자 등으로 옷과 모자, 가발을 바꿔가면서 연기한다. 남성용 검정양말을 신은 채 여성용 정장을 입은 교수 부인이 등장하는 등 익숙한 얼굴이 의외의 모습으로 등장할 때 폭소가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농장에서 도망치는 해니와 기막힌 소품효과=‘39계단’의 또 다른 재미는 ‘소품’의 효과다. 배우들은 생각지도 못한 소품을 활용해 코믹성을 극대화한다. 해니가 창문을 통해 도망치려 할 때 해니를 도우려는 농장주 아내는 들고 있던 창문틀을 내려놓으면서 “이쪽 창문이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창문틀을 들고는 “이쪽 창문이에요”라고 한다. 추격 장면을 귀여운 그림자인형극으로 보여준다든지, 가시덤불에 무릎이 걸리는 장면에서는 가시덤불인 척 연기하는 배우가 무릎을 잡는다든지 하는 기발한 발상도 배를 잡게 한다.

‘39계단’은 19일부터 10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매회 ‘39’분에 시작된다. 화∼금요일 오후 7시 39분, 토요일 오후 3시 39분, 7시 39분, 일요일 오후 2시 39분.1만5000∼3만5000원. 02-2250-5900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