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약점 협박 ‘기동 갈취팀’
불법현장 촬영후 “보도않겠다” 돈 요구
5개월 동안 1억원 뜯어낸 대표 등 구속
인터넷 방송사 사장과 기자가 기동취재팀을 만들어 공사현장의 약점을 잡고 돈을 뜯어내다 덜미를 잡혔다.
광주지검이 21일 공갈 혐의로 구속한 오모(49) 씨는 직원 150여 명과 전국 16개 지역 방송국을 거느린 인터넷 방송사의 대표이사.
2년 전 경기 용인시에 인터넷 방송국을 설립한 뒤 회사가 운영난을 겪게 되자 지난해 10월 기동취재팀을 꾸렸다. 팀장은 환경신문사 기자 출신인 권모(44·구속) 씨가 맡았다.
본사 기자와 지역 기자 3, 4명이 참여한 기동취재팀은 전국 공사현장의 불법 행위를 트집 잡아 돈을 뜯어내기 위한 ‘별동대’였다.
권 씨 등은 지난달 10일 전남 보성군 노동면 국도 건설현장을 찾아가 현장소장을 협박했다.
터널 발파 후 낙석방지에 사용해야 하는 콘크리트를 성토재로 불법 사용했다며 현장을 비디오로 촬영한 뒤 보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현장소장에게 권 씨 등은 “기사를 막으려면 사장에게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알려줬다. 오 씨는 현장소장을 본사로 불러들여 돈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기동취재팀에 이런 수법으로 걸려든 전국의 건설업체는 25곳. 대부분 도로 공사나 댐 공사 현장소장이었다.
오 씨는 현장소장과 면담하면서 보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1곳에 1000만 원씩을 요구했다.
금액이 적을 경우 돈을 거절하는 수법을 사용하며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1650만 원까지 모두 1억 원을 챙겼다. 방송국에 광고한 것처럼 꾸며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현장소장들은 폐기물 일시방치 등 사안이 가벼워 형사입건이 되지 않아도 언론에 보도되면 발주처나 감독기관의 조사를 받고 회사에서 문책을 당할까 걱정해 오 씨에게 돈을 건넸다.
검찰 관계자는 “오 씨 등은 본사에 현장소장이 오지 않으면 발주처에 팩스로 기사를 보내 ‘왜 단속하지 않느냐’고 항의하고 감독기관과 현장소장이 결탁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는 등 집요하게 돈을 챙겨 왔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