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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저격수들’ 검찰 수사 부메랑

입력 | 2008-02-22 02:56:00

몸까지 날렸건만…대선 5일 전인 지난해 12월 14일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왼쪽)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 위로 뛰어올라 ‘BBK 수사검사 탄핵 소추안’과 ‘이명박 특검법’ 강행 처리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승강이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관련 고소-고발 사건 처리 어떻게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등 80건 수사 진행

정봉주 의원 7건… 정동영 前후보도 포함돼

檢 “신속 처리”… 기획입국 의혹도 조사키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BBK 의혹이 21일 ‘혐의 없음’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와 관련한 정치권의 각종 고소·고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인을 향해 BBK 의혹을 집중 제기했던 통합민주당 정봉주 의원은 한나라당으로부터 무려 7차례나 피소된 상태다. 대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지난해 11월 이후의 일이다.

한나라당은 이 당선인이 BBK 의혹과 무관하다는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이 끈질기게 ‘거짓 의혹’을 되풀이한 것은 악의적인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끝까지 책임을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정치권에서 제기한 각종 고소·고발 사건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방침이어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BBK 의혹 관련해 한나라당이 민주당 측을 고소 고발한 내용피고소·고발인사건 내용구분정봉주김경준의 횡령자금이 LKe 뱅크로 들어갔다는 의혹 제기손해배상 청구BBK 이면계약서 인감도장 관련 발언허위사실 유포, 후보자 비방, 명예훼손 고소, 손해배상 청구김경준 측 변호사 사임 관련 의혹 제기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이명박 후보 측근이 김경준의 페이퍼컴퍼니와 돈거래했다고 주장허위사실 유포 고발, 손해배상 청구보도자료에서 BBK 허위사실 적시손해배상 청구박영선
서혜석이명박 후보가 역외펀드 이용해 돈세탁했다는 의혹 제기손해배상 청구 정동영
김교흥 이 후보 비방 신문광고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 명예훼손 고발오충일
김학재
신기남 이 후보 의혹을 담은 문건 제작허위사실 공표 고발이해찬이 후보가 도곡동 땅 소유자이며 그 돈으로 주가조작 했다고 주장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고발

○ 정봉주 의원…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7차례 피소

한나라당이 정 의원을 고소 고발한 7건은 △김경준 씨의 횡령 자금이 이 당선인의 LKe 뱅크 계좌로 들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손해배상 청구 △라디오에서 BBK 이면계약서 인감도장 관련 발언을 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김 씨 측 박수종 변호사의 사임 관련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 △이 당선인의 측근과 김 씨의 페이퍼컴퍼니의 돈 거래 의혹을 주장해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 △보도자료에 BBK 허위사실 적시해 손해배상 청구 등이다.

이 밖에 정동영 전 대선후보와 이해찬 신기남 박영선 의원 등도 BBK 의혹을 제기해 한나라당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했다.

정 전 후보는 지난해 11월 말 이 당선인의 BBK 관련 의혹을 적시한 신문광고를 게재해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됐다. 이 의원은 12월 초 이 당선인이 도곡동 땅 소유자이며 그 돈으로 주가조작을 했다고 주장해 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으로 고발됐다.

박 의원은 이 당선인이 역외펀드를 이용해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 유포로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고, 신 의원은 이 당선인의 의혹을 담은 문건 ‘이명박 대통령은 없다’를 제작해 후보자 비방 등으로 고발됐다.

○ 검찰 “정치권 비협조가 문제”

검찰은 대선 과정에서 정치권이 제기한 300여 건의 사건을 떠안았으나 그 가운데 80여 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는 검찰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더딘 것은 정치권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볼멘소리다. 최근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정 전 후보뿐만 아니라 박영선 김현미 의원 등도 검찰의 소환 요구를 거부해왔다.

이 때문에 4월 총선 전에 수사를 마무리하려던 검찰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검찰은 BBK 사건과 관련해 김경준 씨의 ‘기획 입국’ 배후 등에 대한 조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김 씨의 입국에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씨의 접견기록을 미국 법무부에 요청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청와대 배후설’ 발언 고발件

檢, 4명중 2명 무혐의 결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오세인)는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등 2명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재오 박계동 의원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이 당선인 등의 당시 발언 내용이 객관적으로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최재경)는 진보연대 등이 위장 전입과 탈루 의혹 등으로 이 당선인을 고발한 3건의 사건에 대해서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경준 기획입국 의혹’

한나라, 訪美조사 추진▼

한나라당 공작정치저지특위(위원장 박계동)가 BBK 주가 조작 사건을 주도한 김경준 씨의 기획입국설을 조사하기 위해 직접 미국을 방문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특위 관계자는 이날 “검찰이 김 씨 기획입국설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어 특위 소속 의원 4명 정도로 구성된 조사단을 미국으로 파견해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약 일주일 동안 김경준 씨의 연방교도소 동료 수감자, 김 씨의 부친, 김 씨 누나인 에리카 김 씨 회사 및 영사관 관계자 등을 만나 김 씨의 기획입국설의 진상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위는 22일 당 원내대책회의 때 이 계획을 보고한 뒤 최종 확정될 경우 총선 전에 조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특위는 한국 송환을 막기 위해 미국 법원에 인신보호 청원까지 냈던 김 씨가 갑자기 대선을 앞두고 청원 항소심을 취하하고 귀국을 결정하게 된 것이 정치적으로 김 씨를 이용하려는 현 집권세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21일 BBK 특검 수사결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혐의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이 드러난 마당에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일부 의원이 제기한 것처럼 범여권 중진과 김 씨의 기획입국설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4월 총선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통합민주당을 강하게 공격한 한나라당과 달리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측은 차분하게 대응해 차이를 보였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이 당선인이 BBK 수사 발표와 관련해 향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당선인으로서는 그렇게 (구체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취임을 앞두고 정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민주당에 대한 공격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한나라당이 전면에 나서 총선 때까지 민주당의 대선 때 흑색선전 문제를 이슈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한나라 “국력 낭비시킨 세력 사죄해야”

민 주 “면죄부 특검… 검찰보다 못해”▼

■ 정치권-검찰 반응

李당선인 “국민께 심려 끼쳐드려 송구”

검찰 “왈가왈부 부적절” 공식언급 자제

BBK 특검 결과에 대해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통합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 밝히는 데 실패했으며 면죄부만 주는 결과가 됐다”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위세에 눌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실패한 만큼 ‘검찰보다 못한 특검’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형구 부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권력형 비리 수사가 늘 그랬듯이 이번 특검도 몸통은 없고 깃털만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혜연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살아 있는 권력 앞에 특검도 무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면서 “법이 권력자 앞에서는 엎드려 눈치를 본다면 이 나라의 정의와 법치주의에 조종이 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창조한국당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특검을 위해 9억6000만 원이 들어갔지만 결국 혈세만 날린 셈”이라면서 “결론을 내놓고 끼워 맞춘 겉치레 조사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 당선인 측과 한나라당은 “진실이 승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사필귀정이고 법과 진실의 승리”라며 “실체도 없는 네거티브로 대선을 얼룩지게 만들고, 예산과 국력을 낭비시킨 국정 파탄 세력들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논평에서 “다수당 횡포로 시작된 ‘날치기 특검’에 대한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지난 대선에서 정치공작, 흑색선전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증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 측 주호영 대변인은 “이 당선인이 ‘다시 한 번 모든 의혹이 해소되고 새 정부가 산뜻하게 출범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국민적 의혹 해소 차원에서 특검을 받았고 유례없이 당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제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동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네거티브가 주도하는 구시대 3류 정치는 이제 우리 정치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수사를 맡았던 검찰은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공식적인 언급을 삼갔다.

그러나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결국 김경준 씨의 세치 혀에 대한민국이 놀아난 것만 입증된 것 아니냐”면서 “권위 있는 국가기관의 결정을 믿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 영상 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 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