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데이비드 엘든 공동위원장은 어제 “한국은 금융서비스와 관련한 규제가 중복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국내 전문가와 언론이 수년째 악성 규제를 예시(例示)까지 하며 개선을 촉구해 온 내용인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경제와 시장을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는 좌파적 미신에 사로잡혀 ‘토종 엘든’들의 건의를 묵살했다. 정권주체 386들은 외자 유치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를 주문하면 ‘해외 투기자본의 대변자’로, 적극적인 기업 투자 유인책을 제시하면 ‘재벌 앞잡이’로 몰아붙일 정도였다.
엘든 위원장은 “한국 시장도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만큼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엘든 위원장 옆자리에 앉은 사공일 경쟁력특위 한국 측 위원장도 늘 강조해 온 바다.
엘든 위원장은 구체적인 투자유치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외국인이 인수위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투자자들이 나에게 접촉하고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엘든발(發) 외자 유치의 구체적 결실을 기대한다. 이에 앞서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 자체가 외국인들의 대한(對韓) 투자 분위기를 크게 호전시키고 있다. 인수위 주변에선 조만간 ‘깜짝 놀랄 만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우리나라가 최근 수년간 외자 유치에서 경쟁 상대국들에 형편없이 밀렸다는 사실은 기업환경 경쟁력이 총체적으로 뒤졌다는 뜻이다. 만약 그 반대였다면 국내 기업들부터 제삼국 투자보다 국내 투자에 더 열의를 보였을 것이다. 지금 국내 기업들은 3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투자환경만 좋아진다면 해외보다는 국내에 투자하고 싶은 것이 우리 기업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외자 유치와 함께 이들 국내 기업의 돈을 국내 투자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자면 ‘외자 우대, 국내자본 역차별’ 모순을 합리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노 정부는 한편에선 반(反)외자 정서를 드러내고, 다른 한편에선 국내자본에 불리한 규제를 가동하는 이중적 모순적 행태를 보였다. 새 정부는 양쪽 다 해소해 내외자(內外資)를 경제 살리기의 두 축으로 삼을 일이다. 이 당선인과 엘든 위원장이 국내 다수 전문가들과 생각을 같이하는 ‘과감한 규제 개혁과 개방’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