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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쏘옥] 옵션거래란

입력 | 2007-10-24 03:03:00


기원전 600년경 고대 그리스 밀레투스 지방에 살았던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는 주장으로 유명한 철학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파생금융 상품의 한 종류인 ‘옵션거래’를 최초로 시작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일화에 따르면 탈레스는 아주 가난해서 늘 주변 사람들의 조롱을 받았다. 조롱을 참다못한 탈레스는 짧은 시간에 돈을 벌어 ‘스스로 가난한 삶을 택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

점성술을 공부한 덕택에 기후를 예측할 수 있었던 탈레스는 올리브의 대풍(大豊)을 예상하고 곧바로 그 지역의 올리브기름 압착기 소유주들에게 달려갔다. 그들에게 미리 돈을 주고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압착기를 빌릴 수 있다’는 약속을 받은 것. 돈을 주고 ‘권리’를 산 셈이다.

물론 압착기를 빌리는 사용료도 정했다. 아직 올리브를 수확하기 전이어서 압착기 주인들은 사용하지도 않는 기계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행사)권리’와 ‘(행사)가격’을 받아들였다.

이윽고 올리브 수확기가 되자 탈레스의 예상대로 올리브는 풍작이었다. 올리브 농가에서는 기름을 짜기 위해 압착기 소유주들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미 압착기 사용권은 탈레스의 몫이었다.

탈레스는 압착기를 빌린 값보다 훨씬 높은 사용료를 받고 농가에 빌려 줬다. 농가에서는 올리브가 상하기 전에 기름을 짜야 했으므로 탈레스가 내건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탈레스는 큰돈을 벌었다.

현대의 금융상품 가운데 옵션은 탈레스의 거래처럼 ‘서로 약속한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말하자면 권리를 거래하는 것인데, 현대 금융시장의 옵션은 몇 가지 규정이 있지만 기본 원리는 탈레스의 거래와 같다. 주로 주식이나 주가지수, 통화 등을 사고팔 권리를 거래한다.

옵션거래는 원래 미래의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할 권리를 사들여 가격 변동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개발됐지만 탈레스처럼 큰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큰돈을 벌 수 있는 만큼 위험도 큰 것이 옵션거래다. 만약 탈레스의 예측이 빗나가 올리브가 흉작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탈레스는 올리브기름을 짜지도 못하고 사용권 구입비용만 날렸을 것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